남녀 교합상으로 유명한 카주라호는 인도 여느 도시와 달리 고급 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을 만큼 인기 높은 관광지다. 종교와 건축물을 연구하는 학자부터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일반인까지 카주라호 명성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보통 사람들은 사원 외벽에 조각된 남녀 교합상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거나 때로는 너무나 외설적이라며 눈을 가리기도 한다.
찬델라 왕국이 건축한 수많은 사원과 그 사원을 장식하는 미투나 상에 대해 마하트마 간디는 "모두 부숴 버리고 싶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아름다운 예술 조각상이라며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외설과 예술이라는 종이 한 장 차이의 입지는 개인이 느끼는 몫일 뿐이다. 절대적 미의 기준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것이며, 외설과 예술의 차이에 대한 판단 또한 개인 몫인 셈이다.
외설이든 예술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00년 전 찬델라 왕조는 무슨 이유로 사원 외부 장식을 낯 뜨거운 조각상으로 가득 채웠을까? 명확한 답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탄트리즘 종교 사상을 강조하는 힌두교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하고, 천둥과 번개의 신이 처녀기 때문에 남녀 교합상으로 외벽을 장식하면 신들이 낯이 부끄러워 사원을 부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이 가장 완벽하게 조각상이 보존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역답지 않게 카주라호 풍경은 너무나 소박하다. 높은 건물 하나 없고, 유명한 호텔들이 이 도시의 가장 번화함을 알려줄 뿐이다. 카주라호 사원 주변은 마치 시골마을처럼 시간이 정지된 듯 모든 게 더디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거리에는 호객꾼들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달리는 외국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유유자적한 느낌을 주는 곳이 바로 카주라호다.
사원은 도시를 중심으로 서쪽, 동쪽, 남쪽 세 그룹으로 흩어져 있지만 사원의 핵심은 서쪽에 있는 사원군이다. 전성기 시절에는 무려 85개나 되는 사원이 이곳을 가득 메웠지만 지금은 22개밖에 남지 않았다. 인구 5000여 명밖에 안되는 작은 촌락으로 전락한 이 도시는 10세기께만 해도 인도에서 세력이 강대하고 경제적으로도 아주 부유했다.
카주라호를 기반으로 한 찬델라 왕조 세력은 북인도 대부분을 지배했다. 한때 마드야 프라데시주 전역에 걸쳐 폭넓은 지역을 다스릴 만큼 나름대로 커다란 세력을 형성했지만 이슬람 세력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전성기에 많이 지었던 힌두사원들이 이슬람과 전쟁을 치르면서 대부분 파괴됐다.
상상을 초월하는 남녀 교합상의 요염한 자태는 호기심에 가득 찬 여행자 눈길을 유혹한다. 탄트리즘 영향을 받아 카마수트라 성애 기교와 그 자태를 표현한 교합상 모습은 외설을 뛰어넘어 훌륭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물론 호기심과 의아심으로 조각상들을 보게 되면 야한 것이라고 폄하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내용이나 조각 상태, 그리고 조각 완성도 차원에서 접근하면 카주라호 미투나 상은 찬란한 예술의 꽃으로 다가선다. 풍만한 젖가슴과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엉덩이, 잘록한 허리 그리고 매혹적인 눈매 등 카주라호 조각상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과 다른 몸짓으로 무엇인가를 표출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 같다.

카주라호의 조각상.
사원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다. 이런 곳을 인간의 성적 행위를 표현한 조각상으로 가득 메운 것은 단순히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힌두교라는 종교와 연결된 미투나 상은 단순히 쾌락적 욕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신, 욕망 끝에 오는 허무주의, 허무주의를 딛고 일어선 새로운 희망, 고통과 한계 상황에서 벗어난 해탈의 의미를 모두 담은 것이다.
힌두교의 종교적인 접근에서 보면 남녀 교합상이 이성적 사랑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아주 깊은 관계, 그 이상을 맺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 카주라호 어떻게 갈까
신비한 조각상이 인상적인 카주라호까지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주 3회, 화ㆍ목ㆍ토요일)을 타고 델리까지 간 다음 2월에 개통된 기차를 타고 10시간 남짓 달려가야 한다. 기차가 개통되기 전에는 바라나시를 거쳐 카주라호만 가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도에서의 성생활은 천고불변 조화의 법칙으로 인식돼왔다. 남녀화합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며, 따라서 성인(聖人)이나 성직자는 성교의 기술을 적극 계몽해왔다.
이 성전(性典)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카마수트라(Kama Sutra)’다. 이 성전은 3~4세기에 바추야야나(Vatsyayana)가 쓴 것이다. 성애(性愛)에 관한 경전 또는 교과서다. 이 ‘카마수트라’는 19세기 말에 유럽에 번역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때부터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졌다.
힌두사상 깃들어진 ‘카마수트라’
고대 성전인 이 ‘카마수트라’엔 힌두사상의 위대함이 깃들여졌다. 모두 13장으로 구성돼있다. 앞의 일곱 장은 모두 경구(警句)다. 나머지 여섯 장이 사랑과 남녀 간의 완전한 결합에 관한 설명이다. 육체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인 결합에 이르는 기술적 방법을 기술했다.
▷ 성애의 기교, ▷ 아내의 의무, ▷ 소녀와의 교접, ▷ 유녀(遊女)와의 교접, ▷ 남의 아내와의 통정, ▷ 미약(媚藥) 등을 기술해 성지식의 결여로 닥치는 위험을 구해주는 내용들이다.
성적 만족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며, 그것이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사회적인 역할을 하거나 정신적 수양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마(Kama : 愛 : 성애의 길)’는 인간의 보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 중의 하나라고 했다. 다른 둘은 ‘다르마(Dharma : 法 : 종교적 의무)’와 ‘아르타(Artha : 利 : 처세의 길)’다. 이 셋이 맞물려 조화로움을 이뤄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르마’나 ‘아르타’는 오랜 수련이나 학습 또는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카마수트라는 원초적인 것이라 아무런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이기에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다. 식자나 무식자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그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섹스이므로 ‘카마수트라’의 중요성은 다른 둘보다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완전한 행복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개인의 삶에 활력을 주고 만족감을 주기에 섹스를 중요시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가정의 행복이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걸 인도인들은 오래전부터 깨달았던 것이다.
이 ‘카마수트라’는 고대인도의 일상생활이나 사회에 관한 중요한 지침이다. 또한 고전문학에 있어서의 연애 묘사의 배경을 이루는 것으로 연구와 감상의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카주라호는 찬델라 왕조의 수도다. 찬델라 왕조는 인도의 중심인 마디아프라데시 주(州) 전역을 통치하면서 500여년을 이어왔다. 이 왕조는 인도 전역을 휩쓸었던 이슬람세력에 의해 종막을 고한다. 이 왕조는 AD 950 ~ 1050년 사이 이곳에 200여개의 힌두교와 자이나교사원을 만들어 남겼다.
이들 사원은 이슬람세력에 의해 대부분 파괴되고 지금까지 22개 사원만이 남아 전해온다. 인도 아리안 양식으로 세워졌던 이 22개의 사원이 서쪽 군(群), 동쪽 군, 남쪽 군으로 흩어져 있다.
서쪽 군 사원에는 카마수트라를 기초로 한 미투나 상의 조각이 새겨져 세계 모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은다.
----------------------------------------------------------------사리 산티나타(Shri Shantinath) 사원. 바로 자이나교 사원이다. 회랑과 본당엔 돌로 조각된 많은 부처들이 모셔졌다. 부처들을 조각한 돌도 흰 대리석인 듯 했다. 선 자세 즉 입상이었는데, 나체로 조각됐다 스님들도 나체로 생활한다고 했다.
------------------------------------------------------------탄트라
탄트라의 육감적이고 성적인 측면에 대해서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고대의 자연력 숭배, 다산 숭배 풍습과 결합되어 있고 이것은 다시 문학의 성적 신비주의 전통과 얽혀 있는 것이다. 탄트라 사상에는 선사시대의 大母神 숭배 의식과, 성의 금욕을 통해 세속적인 집착을 없애려는 사상이 결합되어 있다.
탄트라의 비판자들이나 옹호자들 모두에게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왼손' 유파의 사상체계였다. 이 유파에 있어서는 신의 여성적 측면 (샤크티)이 숭배의 중심에 놓여 있다. 샤크티는 신의 창조적 힘을 의미하며 신에게 에너지를 부여한다. 샤크티는 조각과 그림에서 신의 여성 배우자로서 신의 옆에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거나 신과 성적 합일을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흰두교에서 가장 많이 숭배되는 부부신은 쉬바와 파르파티이다. '왼손' 유파에서는 종종 이 두 신을 무서운 형상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성적 행위를 통해서만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이 에너지의 무서운 잠재력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탄트라란 말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그 중 하나에는 '저작'이란 뜻도 있으며 다른 뜻으로는 '주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탄트라 경전은 상징으로 가득하고 내용이 복잡하다. 그 중에는 일부러 혼란하게 만들어진 경전도 있다. 이 경전들은 수백 년 동안 구전으로 이어지던 비밀스러운 지식을 담고 있다. 탄트라를 믿는 불교도들은 붓다의 제자들이 이 경전들을 땅에 묻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어쨌든 5세기부터 탄트라 경전은 존재했다. 경전의 내용은 완결된 체계의 사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신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탄트라 경전의 오묘한 의미는 일반적인 독자에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는 스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제자들은 탄트라에 입문한 후 탄트라 수행을 위한 모임에 참가한다. 여기서 행해졌던 수행이 후세대들에 의해 그토록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비밀스러운 지식을 생각하면 베다 신앙과 브라만 신앙이 떠오른다. 베다 신앙과 브라만 신앙에서 성직자는 희생제의 주문과 의식 용어를 지키는 엄격한 수호자로 기능했고 이 주문들을 선별된 제자들에게만 전해 주었던 것이다. 탄트라에서도 같은 방법이 쓰였는데 여기서는 지배층에 대해서만 비밀을 지켰다. 수백 년 동안 베다 경전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하류 계층은 민속 신앙에 뿌리 박은 독자적인 사상을 만들어 내었고 이 사상을 은밀하게 지켜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탄트라 흰두교는 카스트 제도와 부권을 단호히 부정한다. 그리고 과부생화장제도 같은 전통신앙의 기형적인 산물을 경멸한다. 비판자들은 탄트라 사상이 가진 이러한 도덕적 장점을 종종 간과한다.
한편 일부 '왼손' 쉬바 신앙 집단에서는 실제로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의식이 행해졌다. 파르파티를 공포스러운 두르가 여신이나 칼리 여신으로 숭배하는 집단에서는 흑마술을 행하며 인간 제물을 바쳤다. 아고리 ('두려움을 모르는 숭배지') 교단은 세속적 관습을 철저히 거부했다. 이들은 옷을 입지도 않고 배설물이나 사람의 시체를 먹었다. 카팔리카 교단에는 사람의 해골로 만든 잔으로 술을 마시는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무덤 속과 무덤 옆에서 치르는 의식도 있었다. 탄트라 흰두교의 특징은 광란적 연희의 몰아 (沒我)에서 해탈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공포와 죽음이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이 모든 수행법은 금욕과 은거에 반대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상적 삶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점에서 저변에 흐르고 있는 공통된 성향을 발견할 수가 있다. 좀 더 온건한 오른손 유파의 방법과 마찬가지로 왼손 유파의 방법도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가짜' 정상적 삶에서 해방되는 수단일 뿐이다.
* 인도 카주라호 [Khajuraho] 칸다리아사원의 조각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삶은 사라의 욕망에 의해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계속된다. 동양과 서양의 일부 문화에서는 여성이 주는 성적 자극과 육체적 욕망을 숨김없이 만끽하고 벌거벗음을 즐김으로 자연적 충동을 예술로 승화시켰던 때가 있었다. 흰두교 사원에서 그것을 볼 수 있고 록 세대, 팝 세대에서 또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중간 혹은 동시대에 그것에 반대되는 흐름이 위선이나 점잔의 형태로 표현되고 또는 모순의 병존이라는 인식 속에 나타난다. 사랑과 죽음, 삶과 소멸과 새로운 탄생, 새로운 결속의 원인이 되는 성의 해방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 클라우스 피셔, 〈인도의 신앙과 예술에 있어서의 성과 금욕〉
'시작 참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나서다 3 (0) | 2011.09.25 |
---|---|
소포탈라궁, 남목 중국발음(작품과 대조 마침) (0) | 2010.12.17 |
[스크랩] 기가막힙니다 러시아어 (0) | 2010.12.13 |
[스크랩] 성형수술로 만든 세계 최고의 가슴은 38KKK (0) | 2010.09.24 |
검찰의 노무현 차명계좌 무고 사건 (0) | 201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