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루왕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개로왕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삼국사기〉 열전에 실려 있다.
도미는 가난한 평민이었으나 의리를 아는 사람이었으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 행실이 곧아서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다. 개루왕이 이를 듣고 도미의 아내를 탐냈다. 그는 도미를 불러다가 "부인의 덕은 정절이 제일이지만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미는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지만 신의 아내 같은 사람은 죽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아내에 대해 확신을 보였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개루왕은 도미를 잡아두고 가까운 신하를 왕으로 꾸민 후, 도미의 아내에게 보내 "도미와의 내기에서 이겨 너를 궁녀로 삼게 되었으니 너는 내 것이다"라고 속였다. 이에 도미의 아내는 몸종을 자기처럼 단장시켜 들여보내 왕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섰다. 그뒤 자신이 속았음을 알게 되자 화가 난 개루왕은 도미의 두 눈을 뺀 다음 멀리 보내버리고, 도미의 아내를 범하려 했다. 도미의 아내는 몸을 씻고 오겠다며 궁을 탈출했으나 강가에 이르러 더이상 갈 수가 없자 하늘을 우러러 크게 울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조각배 한 척이 밀려왔다. 올라타니 배가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렀는데, 눈먼 도미가 거기에 살아 있었다. 극적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갖은 어려움 끝에 고구려 땅에 도착해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왕이 천한 백성의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다가 끝내 실패했다는 것이 사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배자의 일방적인 횡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하층민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보면, 이 설화에는 뜻하는 바가 긴박감있게 나타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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