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강 에필로그(Epilogue):보충 학습과 마무리
碧波김철진
이제 한 달 동안 함께 했던 괴롭고 힘들었다면 괴롭고 힘들었고 즐겁고 보람 있었다면 즐겁고 보람 있었던 그 시간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립고 아쉬운 맘이 밀물처럼 밀려 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흘러간 시간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제까지 공부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제1강>에서는 '시를 쓰기(이제는 짓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詩보다 사람이 먼저], '이제까지 배워 알고 있는 지식은 버리십시오.'[창의성 계발(啓發)을 위한 지식의 해체 작업], '장미꽃은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요?'[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어린 왕자에서'[시를 지을 때는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나만의 눈으로 본 대상을 표현하되, 애정을 가지고 대상의 본질을 바라볼 것이며, 일단 자기 작품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므로 서두르지 말고 내 안에서 삭을 때까지 기다려서 오래 두고두고 퇴고할 줄도 알아야 한다.] 등을 공부하였지요.
<제2강>에서는 '드가와 말라르메의 일화'[아무리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 있어도 언어로 표현하지 않으면 시가 안 된다.], '정지상과 김부식의 일화'[시는 거짓 없는 마음으로 짓되 가장 적확한 시어를 찾아서 표현해야 한다.], '시의 정의'[30인이 내린 시의 정의]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제3강>에서는 시의 형식상의 분류로 '정형시[시조, 한시, 단가, 소네트......], 자유시[현대시], 산문시'가 있음을 공부하였고, <제4강>에서는 시의 내용상의 분류로 '서정시, 서사시, 극시'가 있음을 공부하였지요.
그러나 여기까지 공부한 것은 다 잊어버리더라도 다음부터 공부하는 '시어, 이미지와 이미저리, 상징, 비유' 등 시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씀 드렸지요? 벌써 잊어버리셨나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다시 복습을 하세요.
<제5강>에서는 '시어란 무엇인가?'[시에 쓰이는 언어], '시어의 함축적 의미에 대하여'[사전적 의미, 즉 사전 뜻풀이의 의미가 아닌 비유와 상징으로서의 시어의 의미], '시인과 시어'[시인은 시어의 의미를 확대 재발견해야만 한다.]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제6강>에서는 '이미지와 이미저리'[이미지란 대상에 대한 지각, 기억, 상상, 환상, 느낌 등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며, 이미저리란 이미지의 집합체, 즉 이미지를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이미지군(群)이다.]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지요.
<제7강>'상징'에서는 '문학적 상징이란 무엇인가?'[불가시적인 원관념은 나타나지 않고 가시적인 보조관념만 나타나는 형태가 상징, 대상에 내재하는 특질 대신 특정한 작품에 사용되는 방식에 의해 암시성을 얻는 것이 문학적 상징(예;허만 멜빌의 '백경')]와 '시 작품들에 나타난 상징[서정주의 동천(冬天)의 '눈썹과 매서운 새', 김수영의 '눈' 김춘수의 '꽃'] 등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8강>과 <제9강>에서 '비유'의 '직유'[A처럼(~같이,~마냥, ~보다, ~듯이, ~만큼......) ~한 B], '은유'[A는 B다.], '의인', '의성과 의태', '풍유', '반어', '제유와 환유'[제유+환유=대유] 등에 대하여 공부하였지요.
그런데 막상 다 끝내었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살펴보니 내용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매우 죄송한 마음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좀더 충실히 했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해 보지만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이래서 항상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강의안에서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이론은 생략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지금은 또 아쉬움이 생기는군요.
따라서 이 장에서는 <보충 학습>을 할까 합니다.
1. 심상(心象;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심상 : 시각[눈]을 통해 '모양, 빛깔, 명암, 동작, 상태' 등을 떠올리는 심상.
▶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변영노의 '논개'에서)
▶ 구름은 / 보라빛 색지 위에 /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김광균의 '뎃상'에서)
② 청각적 심상 : 청각[귀]을 통해 '소리'를 떠올리는 심상.
▶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신석정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서)
▶ 보리피리 불며, / 봄 언덕 / 고향 그리워 / 피 ㄹ 닐리리(한하운의 '보리피리'에서)
③ 후각적 심상 : 후각[코]을 통해 '냄새'를 떠올리는 심상.
▶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이육사의 '광야'에서)
④ 미각적 심상 : 미각[혀]을 통해 '맛'을 떠올리는 심상.
▶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 바람 불고 눈보래 치쟎으면 못살이라 / 매운 술을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최 소리(이육사의 '자야곡(子夜曲)'에서)
⑤ 촉각적 심상 : 촉각[살갗]을 통해 '감촉'을 떠올리는 심상.
▶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 아침 구공탄 연기에 향수를 느끼다가 /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⑥ 공감각적 심상 : 어떤 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바꾸어 복합적으로 떠올리는 심상.
▶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의 '외인촌'에서)<청각→시각>
▶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박남수의 '아침 이미지'에서)<시각→청각>
▶ 흔들리는 종 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정한모의 '가을에'에서)<청각→시각>
2. 詩의 특질
시의 특질로는 첫째로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을 들 수가 있습니다.
'내포'란 한 단어가 역사 속에서 스스로 획득한 의미의 총체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정서적인 연상 작용에 의하여 더해지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외연'이란 한 단어의 사전적, 객관적인 의미를 가리킵니다.
둘째로 '생략(省略)과 부연(敷衍)'을 들 수가 있습니다.
詩는 고도로 압축된 형식을 지니고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생략을 필요로 하며, 또 정서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하여 반복이나 열거 등의 부연을 그 방법으로 사용하게 되지요.
셋째로는 '음악성(音樂性)'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이는 시의 운율[리듬]에 의하여 형성되는데, 단어[詩語]의 형태, 음운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들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3. 詩의 요소
시의 요소는 '구성 요소'와 '내용 요소', '형식 요소'의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시의 '구성 요소'에는 '음악적 요소'와 '회화적 요소', 그리고 '의미적 요소'가 있는데, '음악적 요소'는 정형시의 외형률이나 자유시의 내재율과 같은 시의 '운율[리듬]'을 가리키며, 순수시에서 특히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김영랑의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을 읽어보면 '시어의 음악성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회화적 요소'는 시의 '심상(心象, 이미지)'을 가리키는데 주지주의(主知主義) 계열의 시에서 특히 중요시되는 요소이며, '의미적 요소'는 시의 '사상과 정서'를 가리키는데 이는 곧 시어의 함축적인 의미와 정서를 뜻합니다.
시의 '내용 요소'에는 시에 담긴 지은이의 중심 사상인 '주제(主題)'와 시의 내용을 이루는 재료인 '소재(素材)', 시의 가장 중심되는 소재인 '제재(題材)', 그리고 시를 읽거나 들을 때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감각적인 영상인 '심상(心象)', 즉 '이미지'의 네 가지가 있습니다.
시의 '형식 요소'에는 시인의 사상이나 감정을 담고 있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시어(詩語)'와 시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시의 한 줄인 '시행(詩行)'과 몇 개의 시행이 모여서 이루어진 의미와 이미지의 결합 단위, 즉 단락인 '연(聯)', 그리고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소리의 가락인 '운율(韻律)'이 있습니다.
4. 詩語의 특징
시어의 특징으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특징들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시어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를 가리킨다기보다는 그 대상에 대한 시인의 태도, 느낌이나 생각, 가치 판단 등을 나타낸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시어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함축적인 의미에 훨씬 더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셋째로 시어는 압축과 비약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넷째로 시어는 리듬과 이미지, 어조(語調)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시어는 도치나 반복, 점층이나 점강 등의 방법에 의하여 시가 긴장과 대립의 구조를 가지게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5. 반어(反語, Irony)와 역설(逆說, Paradox)
'반어'는 겉으로 드러난 뜻과 속에 감추어진 뜻이 서로 어긋나게 하는 표현 방식이며, '역설'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된 표현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그 안에 진실이 담겨 있는 표현 방식입니다.
아이러니[반어]와 파라독스[역설]는 언뜻 보기에는 서로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지요. 아이러니는 '귀엽다'를 '얄밉디'라고 표현했을 때처럼 표현 그 자체에는 모순이 없지만 표현된 언어와 그 언어가 실제로 뜻하는 의미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하는 반면에, 파라독스는 '비겁한 자는 여러 번 죽지만 용기 있는 자는 단 한 번 죽을 뿐이다.'처럼 표현 그 자체에는 모순이 있지만 그 표현 속에 담겨 있는 실제의 의미에는 진리가 존재합니다. 이 점이 같아 보이면서도 서로 다른 반어와 역설의 차이이지요.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여기서 보충 학습도 마무리지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그 동안 이 못난 사람과 함께 공부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렇더라도 여러 님들의 가슴 속에 '詩'라는 낱말 하나가 자리잡고 '詩心'이 말고 푸른 샘물처럼 솟아 계속 강물로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회자정리(會者定離)가 生의 진리(眞理)라면 헤어지면 만나는 이자정회(離者定會) 또한 生의 철리(哲理)이겠지요.
그럼 이내 그리워질 님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면서 님들의 앞날에 기쁨과 사랑과 행복만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의 '행복(幸福)'이란 詩 한 수를 님들께 이별의 정표로 드립니다.
행 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과제물> 가슴에 영원히 '詩心'을 흐르게 하고, 그 시심으로 찬란한 순수의 '詩의 꽃' 피우십시오.
碧波김철진
이제 한 달 동안 함께 했던 괴롭고 힘들었다면 괴롭고 힘들었고 즐겁고 보람 있었다면 즐겁고 보람 있었던 그 시간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립고 아쉬운 맘이 밀물처럼 밀려 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흘러간 시간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제까지 공부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제1강>에서는 '시를 쓰기(이제는 짓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詩보다 사람이 먼저], '이제까지 배워 알고 있는 지식은 버리십시오.'[창의성 계발(啓發)을 위한 지식의 해체 작업], '장미꽃은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요?'[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어린 왕자에서'[시를 지을 때는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나만의 눈으로 본 대상을 표현하되, 애정을 가지고 대상의 본질을 바라볼 것이며, 일단 자기 작품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므로 서두르지 말고 내 안에서 삭을 때까지 기다려서 오래 두고두고 퇴고할 줄도 알아야 한다.] 등을 공부하였지요.
<제2강>에서는 '드가와 말라르메의 일화'[아무리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 있어도 언어로 표현하지 않으면 시가 안 된다.], '정지상과 김부식의 일화'[시는 거짓 없는 마음으로 짓되 가장 적확한 시어를 찾아서 표현해야 한다.], '시의 정의'[30인이 내린 시의 정의]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제3강>에서는 시의 형식상의 분류로 '정형시[시조, 한시, 단가, 소네트......], 자유시[현대시], 산문시'가 있음을 공부하였고, <제4강>에서는 시의 내용상의 분류로 '서정시, 서사시, 극시'가 있음을 공부하였지요.
그러나 여기까지 공부한 것은 다 잊어버리더라도 다음부터 공부하는 '시어, 이미지와 이미저리, 상징, 비유' 등 시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씀 드렸지요? 벌써 잊어버리셨나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다시 복습을 하세요.
<제5강>에서는 '시어란 무엇인가?'[시에 쓰이는 언어], '시어의 함축적 의미에 대하여'[사전적 의미, 즉 사전 뜻풀이의 의미가 아닌 비유와 상징으로서의 시어의 의미], '시인과 시어'[시인은 시어의 의미를 확대 재발견해야만 한다.]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제6강>에서는 '이미지와 이미저리'[이미지란 대상에 대한 지각, 기억, 상상, 환상, 느낌 등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며, 이미저리란 이미지의 집합체, 즉 이미지를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이미지군(群)이다.]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지요.
<제7강>'상징'에서는 '문학적 상징이란 무엇인가?'[불가시적인 원관념은 나타나지 않고 가시적인 보조관념만 나타나는 형태가 상징, 대상에 내재하는 특질 대신 특정한 작품에 사용되는 방식에 의해 암시성을 얻는 것이 문학적 상징(예;허만 멜빌의 '백경')]와 '시 작품들에 나타난 상징[서정주의 동천(冬天)의 '눈썹과 매서운 새', 김수영의 '눈' 김춘수의 '꽃'] 등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8강>과 <제9강>에서 '비유'의 '직유'[A처럼(~같이,~마냥, ~보다, ~듯이, ~만큼......) ~한 B], '은유'[A는 B다.], '의인', '의성과 의태', '풍유', '반어', '제유와 환유'[제유+환유=대유] 등에 대하여 공부하였지요.
그런데 막상 다 끝내었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살펴보니 내용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매우 죄송한 마음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좀더 충실히 했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해 보지만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이래서 항상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강의안에서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이론은 생략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지금은 또 아쉬움이 생기는군요.
따라서 이 장에서는 <보충 학습>을 할까 합니다.
1. 심상(心象;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심상 : 시각[눈]을 통해 '모양, 빛깔, 명암, 동작, 상태' 등을 떠올리는 심상.
▶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변영노의 '논개'에서)
▶ 구름은 / 보라빛 색지 위에 /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김광균의 '뎃상'에서)
② 청각적 심상 : 청각[귀]을 통해 '소리'를 떠올리는 심상.
▶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신석정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서)
▶ 보리피리 불며, / 봄 언덕 / 고향 그리워 / 피 ㄹ 닐리리(한하운의 '보리피리'에서)
③ 후각적 심상 : 후각[코]을 통해 '냄새'를 떠올리는 심상.
▶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이육사의 '광야'에서)
④ 미각적 심상 : 미각[혀]을 통해 '맛'을 떠올리는 심상.
▶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 바람 불고 눈보래 치쟎으면 못살이라 / 매운 술을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최 소리(이육사의 '자야곡(子夜曲)'에서)
⑤ 촉각적 심상 : 촉각[살갗]을 통해 '감촉'을 떠올리는 심상.
▶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 아침 구공탄 연기에 향수를 느끼다가 /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⑥ 공감각적 심상 : 어떤 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바꾸어 복합적으로 떠올리는 심상.
▶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의 '외인촌'에서)<청각→시각>
▶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박남수의 '아침 이미지'에서)<시각→청각>
▶ 흔들리는 종 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정한모의 '가을에'에서)<청각→시각>
2. 詩의 특질
시의 특질로는 첫째로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을 들 수가 있습니다.
'내포'란 한 단어가 역사 속에서 스스로 획득한 의미의 총체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정서적인 연상 작용에 의하여 더해지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외연'이란 한 단어의 사전적, 객관적인 의미를 가리킵니다.
둘째로 '생략(省略)과 부연(敷衍)'을 들 수가 있습니다.
詩는 고도로 압축된 형식을 지니고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생략을 필요로 하며, 또 정서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하여 반복이나 열거 등의 부연을 그 방법으로 사용하게 되지요.
셋째로는 '음악성(音樂性)'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이는 시의 운율[리듬]에 의하여 형성되는데, 단어[詩語]의 형태, 음운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들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3. 詩의 요소
시의 요소는 '구성 요소'와 '내용 요소', '형식 요소'의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시의 '구성 요소'에는 '음악적 요소'와 '회화적 요소', 그리고 '의미적 요소'가 있는데, '음악적 요소'는 정형시의 외형률이나 자유시의 내재율과 같은 시의 '운율[리듬]'을 가리키며, 순수시에서 특히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김영랑의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을 읽어보면 '시어의 음악성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회화적 요소'는 시의 '심상(心象, 이미지)'을 가리키는데 주지주의(主知主義) 계열의 시에서 특히 중요시되는 요소이며, '의미적 요소'는 시의 '사상과 정서'를 가리키는데 이는 곧 시어의 함축적인 의미와 정서를 뜻합니다.
시의 '내용 요소'에는 시에 담긴 지은이의 중심 사상인 '주제(主題)'와 시의 내용을 이루는 재료인 '소재(素材)', 시의 가장 중심되는 소재인 '제재(題材)', 그리고 시를 읽거나 들을 때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감각적인 영상인 '심상(心象)', 즉 '이미지'의 네 가지가 있습니다.
시의 '형식 요소'에는 시인의 사상이나 감정을 담고 있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시어(詩語)'와 시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시의 한 줄인 '시행(詩行)'과 몇 개의 시행이 모여서 이루어진 의미와 이미지의 결합 단위, 즉 단락인 '연(聯)', 그리고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소리의 가락인 '운율(韻律)'이 있습니다.
4. 詩語의 특징
시어의 특징으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특징들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시어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를 가리킨다기보다는 그 대상에 대한 시인의 태도, 느낌이나 생각, 가치 판단 등을 나타낸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시어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함축적인 의미에 훨씬 더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셋째로 시어는 압축과 비약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넷째로 시어는 리듬과 이미지, 어조(語調)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시어는 도치나 반복, 점층이나 점강 등의 방법에 의하여 시가 긴장과 대립의 구조를 가지게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5. 반어(反語, Irony)와 역설(逆說, Paradox)
'반어'는 겉으로 드러난 뜻과 속에 감추어진 뜻이 서로 어긋나게 하는 표현 방식이며, '역설'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된 표현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그 안에 진실이 담겨 있는 표현 방식입니다.
아이러니[반어]와 파라독스[역설]는 언뜻 보기에는 서로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지요. 아이러니는 '귀엽다'를 '얄밉디'라고 표현했을 때처럼 표현 그 자체에는 모순이 없지만 표현된 언어와 그 언어가 실제로 뜻하는 의미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하는 반면에, 파라독스는 '비겁한 자는 여러 번 죽지만 용기 있는 자는 단 한 번 죽을 뿐이다.'처럼 표현 그 자체에는 모순이 있지만 그 표현 속에 담겨 있는 실제의 의미에는 진리가 존재합니다. 이 점이 같아 보이면서도 서로 다른 반어와 역설의 차이이지요.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여기서 보충 학습도 마무리지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그 동안 이 못난 사람과 함께 공부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렇더라도 여러 님들의 가슴 속에 '詩'라는 낱말 하나가 자리잡고 '詩心'이 말고 푸른 샘물처럼 솟아 계속 강물로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회자정리(會者定離)가 生의 진리(眞理)라면 헤어지면 만나는 이자정회(離者定會) 또한 生의 철리(哲理)이겠지요.
그럼 이내 그리워질 님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면서 님들의 앞날에 기쁨과 사랑과 행복만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의 '행복(幸福)'이란 詩 한 수를 님들께 이별의 정표로 드립니다.
행 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과제물> 가슴에 영원히 '詩心'을 흐르게 하고, 그 시심으로 찬란한 순수의 '詩의 꽃' 피우십시오.
출처 : 너에게로 가는카페
글쓴이 : 인간문화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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