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정리

Flash Fiction

Uncle Lee 2016. 1. 17. 20:35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 - 깨진밤

플래시픽션 - 깨진밤 (김정현, 2015)


일반적으로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이란 분량이 짧은 단편 소설을 지칭한다.

약 300-1000 단어를 사용해 만들어지는 플래시 픽션은

우리나라에선 시집이나 그림이 들어간 에세이에서 주로 사용되었을 뿐

호흡이 긴 소설이나 희곡에서는 쉽게 사용할 수 없는 형식이었다.


새봄출판사에서 시와 소설과 희곡의 특징을 골고루 갖춘

제15회 신작희곡 페스티벌 당선작,

김정현 작가의 <깨진 밤>을

플래시 픽션으로 선보인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을 이 가벼운 책은 시극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서를 방해할지도 모를 그 어떤 지문이나

무대 장치에 대한 설명

그리고 굵은 글씨로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 같은 건

책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열망과

청춘과 부드러운 유혹만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펼쳐질 뿐이다.

우리는 서로의 심장만을 관통했지 소년처럼 서로의 소년이었던 것처럼

(34 페이지)



어둠 구석구석 처연한 눈동자로 나를 아프도록 빨아들이는

(101 페이지)



그런데 자꾸만 열차와 열차 사이에 숨어 우리의 머리칼을 잡아당기던 녹슨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189 페이지)



붉은 구름들은 오랫동안 내 몸속에 머물렀어 멍든 내 몸의 안팎을 들락날락하며 짓무른 내 꿈의 상처들을 녹여주었어

(272 페이지)



140자만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트위터처럼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140자보다 짧은 단어로 독자들의 심장을 저격하는 듯하다.

더욱이 <분명 낯선 형식임에도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흡입력이 느껴지는 이유는 내면에 대한 성찰을 온전한 자신의 언어로 밀도 있게 엮어낸 구성력 때문일 것이다>라는

당시의 심사평에서 볼 수 있듯

서사까지 갖추고 있으니 짧은 글에 불만이 있는 독자마저 배려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시작된 독서의 계절,

페이지마다 단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책보다

여백과 리듬으로 가득한

새봄출판사의 플래시 픽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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