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길을 나서다

길을 나서다

Uncle Lee 2010. 2. 4. 14:41

 

 

도서출판 삼아

 

 

을 나서다 1




이석락 시집

 

자유문예작가협회

 

 ------------------------------------------------------------ 표지

 

 

 

   

 

  을 나서다 1

 

 

(기행시)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 여행기

 

 

 

  

자유문예작가협회

 

-----------------------------------------속 표지 

 

[시인의 말]

 

 

길을 나서다

 

 

어느 날 내가 갔던 곳

어느 날 내가 살았던 곳

꿈에 본 곳이 그곳이리라

 

낮은 절벽 아래 나무 푸르고

하얀 모시 한복 다려 입고 거문고 타는 곳

맑은 물 얕게 흐르는 사이사이 고운 자갈 위

시를 짓고 난을 치고 차를 마시는 곳

 

소 몰고 가는 저녁이면

들 너머 마을에 하얀 연기 오르고

박꽃 미소 사립에 나와 날 기다리는 곳

 

그곳에 내 흔적이 있으리라

재가 되고 흙이 되고 또 무엇이 될 것인가

살았던 곳 눈비 속에 남은 넋은

내 갈 길을 말하리라

 

쓰나미tsunami가 와도

겨울 논 허수아비같이

하염없이 기다릴 내 넋을 찾아....

 

 

수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명료함이 있고 기행시로는 시도한 사람이 없는 형식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수필보다는 시의 형태로 쓰는 것이 정보를 쉽게 찾고 기억하기 쉬울 것 같아서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에 대한 여행 예비자료를 여기에 시의 형태로 정리하였습니다. 관광안내원의 설명을 중심으로 적은 것이므로 학문적으로 검증된 내용이 아닙니다.

 

관광수출뿐 아니라 문화선전에 이르기까지, 선진기술과 풍부한 자원과 인재와 역사를 가지고 세계의 중심에 선 나라가 잘 살려고 어떻게 몸부림치는지 직접 느껴보는 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초대시를 주신 자유문예작가협회 정혁 회장님과 장병찬 부회장님, 그리고 이 책을 엮는데 고심하신 안태봉 황령문학회 회장님 고맙습니다.

 

2010. 1.

 

이석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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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1

 

 

지난날들

 

素泉 정혁

시인,소설가/ 자유문예작가협회 회장

 

길지는 않을망정 살아온 지난날들

후회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었네

슬픔도 많았지만 기쁨도 있었고

가난했으나 마음만은 부자였네

 

혈기가 많았으나 용기 또한 있었으며

비겁했던 것만큼 담대함도 있었네

사랑으로 인하여 받은 상처 컸으나

먼 훗날 아물게 하는 더한 사랑 있었네

 

우정과 사랑과 꿈과 노래가

무지개처럼 피어났다가

질시와 미움으로

좌절과 한숨으로 스러졌던,

 

수많은 사연들과 단어들이 뒤섞여

무엇이 옥이고 무엇이 티인지

구별할 수 없는

비빔밥 같은 지난날들이었네

 

그것이 비록

내댈 것 없는

나의 자서전이 된다하여도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가졌던 많은 바람과 꿈 이제 무거워

인생의 오솔길 쉬어갈 때

문득 생각되어지는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했던 지난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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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2

 

 

낮달은 낮에 울지 않는다

백화 장병찬

시인, 수필가/ 자유문예작가협회 부회장

 

잿빛 거리를 혼자 걸었다.

열사람 만나 아홉은 친구 되고

한 사람은 금방 당신이 될 것 같다.

바람은 당신 향기이련만

중천에 걸린 가냘픈 너는

야윈 가슴에 마른 삭정이를 꽂는다.

 

늦사리 이삭인양

구절초 젖 몽우리 품은

가녀린 너는 숫내기 입술로

날밤집 술잔에 진홍빛 연지를 바른다.

 

영정影幀처럼

가슴에 박힌 영혼 하나

늙밭에 삭아가는 까치집에 앉아

구름에 괸 그리운 눈부처 더듬어 본다.

 

태양 떨어지고

아무도 보지 않는 밤

가달박 같은 외로운 너는

별이 우는 자정에 그때만 운다.

 

너를 품은 나는

하늘이 잠든 먹물 밤에만

닭 벼슬 자른 피보다 더 진한

선홍빛 뜨거운 너의 울음을 듣는다.

 

 

 

1. 삭정이: 살아있는 나무에 붙어 있는 말라 죽은 가지.

2. 늦사리: 철 늦게 농작물을 거두는 일, 또는 그 농작물.

3. 숫내기: 성관계가 한 번도 없는 숫되고 깨끗한 처녀.

4. 날밤집: 밤새도록 장사하는 선술집.

5. 늙밭: 늙어서 노인이 된 처지. 늙바탕. 늘그막.

6. 눈부처: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

7. 가달박: 큰 바가지. 크고 둥근 바가지.

8. 벼슬: ‘볏’의 경상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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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인의 말(길을 나서다)--------------10

초대시(지난날들, 정 혁)-------------12

초대시(낮달은 낮에 울지 않는다, 장병찬)-14

 

 

 

제1편 상하이

 

구름 위에서----------------22

시차----------------------23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24

상해, 현재, 과거-------------26

한식 식당------------------28

상해 한국 임시정부청사-------29

루쉰공원 매헌梅軒-----------32

멸사봉공(매헌에서)-----------35

소인들 세상----------------37

소인小人입니다--------------39

루쉰(魯迅)공원--------------40

라텍스 공장 가는 한담閑談-----42

상하이 난징루(南京路)---------44

재개발 구역-----------------46

대가촌---------------------47

건강회암소(발 마사지)---------48

중국 사람들은---------------50

상해 동인한방---------------51

와이탄(外灘)----------------52

동방명주TV탑(東方明珠電視塔)--54

농산물 거래소---------------56

 

 

제2편 쑤저우

 

金澄錦江國際酒店------------58

蘇州----------------------59

蘇州는 동양의 베니스---------61

경항대운하 2500년-----------62

접이식 우산----------------64

천 년 고찰 한샨쓰(寒山寺)-----65

류위안(留園)----------------67

3800 고지 후치우(虎丘)산-----69

호구산 감감천--------------71

호구산 시검석--------------72

호구산 석도----------------75

호구산 침석----------------76

호구산 진랑묘--------------77

호구산 천인석--------------78

호구산 이선정二仙亭---------80

호구산 검지---------------81

호구산 쌍정교雙井橋---------85

호구산 윈옌쓰(雲岩寺) 탑-----86

비단 공장(소주)------------87

모자 보살(소주)------------89

대홍운 식당---------------90

소주에서 항주로------------91

 

 

제3편 항저우

 

절강성 전당강-------------94

전당강 육화탑-------------96

고려정(조선족 식당)---------98

宋城千古情(항주)-----------99

송성 민속촌---------------102

관광지 설화說話------------104

오산 성황각---------------105

서호에 눈물비 내리고--------107

보숙탑에는 한이 서린다------112

항주 서호-----------------115

항주杭州 서호 뇌봉탑雷峰塔---119

청랑을 기다리며------------121

서호10경-----------------123

삼담인월------------------125

유람선 선착장--------------128

삼담인월 석등롱------------129

서호 뱃놀이---------------130

동파상東坡像---------------131

링인쓰靈隱寺---------------132

지척서천咫尺西天------------134

비래봉飛來峰---------------135

운림선사雲林禪寺------------137

기다리는 것도 수양----------138

사람이 감히----------------139

천왕전 위태천보살-----------140

영은사 부처님들-------------141

영은사 대웅보전-------------143

김교각 스님 상--------------144

불가사의-------------------146

진주가공 공장---------------147

 

 

제4편 귀로歸路

 

중국은 진리를 찾는 중---------150

대륙 기질-------------------151

동도서기東道西器 ------------152

백묘흑묘白猫黑猫 ------------154

우리는---------------------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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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상하이

 

 

*구름 위에서

*시차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상해, 현재, 과거

*한식 식당

*상해 한국 임시정부청사

*루쉰공원 매헌梅軒

*멸사봉공(매헌에서)

*소인들 세상

*소인小人입니다

*루쉰(魯迅)공원

*라텍스 공장 가는 한담閑談

*상하이 난징루(南京路)

*재개발 구역

*대가촌

*건강회암소(발 마사지)

*중국 사람들은

*상해 동인한방

*와이탄(外灘)

*동방명주TV탑(東方明珠電視塔)

*농산물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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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서

 

 

2008.10.3. 아시아나 항공 김해국제공항 출발

한국문인협회 부산지회 중국 문학 기행

 

도로에 잘린 산 허리

산등성이까지 올라온 상자 같은 건물

좁은 들판을 삼키듯 촘촘히 이어가는 집

바다를 가로지른 다리

선착장에 가랑잎처럼 모인 배

해안 멀찍이 점잖게 누운 무역선

하얀 파도와 노닥거리는 해안선

외롭게 서서 쉼 없이 파도에 깎이는 돌섬

 

난기류에 덜컥거리고 하얀 연기에 숨 막히는 새

층층이 뭉게구름 양떼구름

얼음판, 해안선, 모래톱, 빙산이었다가

해변인가 구름인가 살피는 사이 남색 바다

 

나는, 빙산 사이를 자맥질하는 북극곰

빙산을 돌아 나가는 돛배

빙산 위를 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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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아침 9시 45분 김해 이륙 두 시간 후

장강長江 하구 중국 최대 도시 상해는 아침 10시 35분

상해는 한국에서 온 손님에게 한 시간 젊게 해준다는데

믿어지지 않아 옆에 앉은 여자수필가를 보니

웃는 모습에서 젊어진 것이 보였다

상해는 서울보다 한 시간 젊은 도시

모든 사물이 한 시간 젊다 한다

물이 좋아서인가

공기가 좋아서인가

김해로 돌아갈 때 젊어졌던 한 시간을 돌려준다는데

집사람보다 6년 2개월 23일 만큼 더 늙은 내가

한 시간 젊어지나 늙어지나 소용없으니

내게서 가져간 시간

상해야 네가 가져라.

 

 

 

*長江: 양쯔강(揚子江). 양쯔라는 이름은 고대 제후국인 양揚나라에서 따온 것으로 유럽인들이 즐겨 쓰는 이름이며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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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연변 출신 조선족 처녀 관광안내원이

쉰 콜라 조따꺼 스팔로마

명심 사항은 자기의 여보 챙기기(여권, 보따리)

상해는 2000년 전 해저, 현재 하천관리도 미정비

식수는 호텔이나 식당의 생수로 준비할 것

상수도 물은 끓여서만 마실 것

휴지는 공중화장실에 없으니 개별적으로 준비할 것

 

버스 앞좌석은

보험적용이 안 되는 안내원석

중국에서는

고속버스로 열 시간 이상 달려야 장거리

 

중국에 갑부 수가 남한 인구보다 많고

한국 갑부보다 더 큰 갑부가 많지만

중국인이 한국인을 부자로 알고

'한국 돈 천 원, 한국 돈 만 원' 하더라도

혼자서는 흥정하지 말고

'짝퉁 공장'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 것.

 

*쉰 콜라(싱콜라): 중국에서 최소한의 예의, 수고하셨습니다.

*조따꺼: 성이 조씨인 버스 기사를 북경어로 조 따꺼(兄), 상해어로 조 스푸(師父)

*스팔로마: 식사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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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현재, 과거

 

 

중국 총생산의 10%를 감당하는 상해는

2000년 전쯤에 해저가 육지로 된 해발 5m 평지

습한 날씨에 빨래는 창 밖으로 막대를 내어서 널고

서울 열 배 면적에 인구는 호적상 1700만에 실재 2500만

상해 여자는 하루에 두 번,

샤워할 때와 식사 때만 손에 물을 묻히고

중국 최고 번화가인 난징루(南京路) 옛 馬路 5km는

길이라 불리는 광장

동양 최고, 세계 세 번째인 468m

동방명주(동방의 구슬) 뒤에

세계 최고 건물 신축 중

청조가 영국, 미국, 프랑스에

조계지로 내놓았던 와이탄(外灘) 야경

양쯔강의 마지막 지류 114km 황푸쟝(黃浦江)을 경계로

신흥시가지 푸둥(浦東)은 서울 강남

구시가지 푸시(浦西)는 서울 강북

12억 인구의 5%인 갑부도 땅 한 평 없는 임차인

95%가 소비는 안 하고 저축만 하는 서민층임을 몰랐던

한국 기업 초기 투자는 실패

짝퉁 매출이 연간 20억 미국 달러

세계 최초 상업용 자기부상열차를

독일과 기술합작, 독일 자본으로 상해에서 용양까지 운행하고

세계 세 번째로 유영 우주인을 배출했지만

공산당 개방 전에는 5-6평 주택에 5-6세대가 살고

선상주택과 불량주택에서 분뇨를 방출하여

염분 많은 지질의 황푸강 수질이 더욱 나빠졌고

지금도 파견근무 한국인 가족 5-6만 명이

코리아타운에서 인건비가 싼 중국인을

가정 잡부로 쓰는데

1800년대에는 서양 열강 조계지 황푸공원에

중국인과 개는 출입을 금한 때도 있었고

영국인이 외파도교外摆渡桥를 세우고

중국인에게만 과교세过桥税를 받았다.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华人与狗不得如内 : 19세 기 상해 최초의 공원인 황푸공원에 중국인 입장 은 1927년에 허용됨.

황푸공원 수칙

4. 자전거와 개는 출입금지(脚踏车及犬不准入内)

5.서양인의 하인을 제외하고 중국인 출입금지(除 西人佣仆外,华人不得入内)

*과교세过桥税: 영국인 웰스Wells가 목조 다 리인 외파도교外摆渡桥를 세우고 중국인에게만 징수한 통행료. 중국이 외백도교外白渡桥를 세 운 후 행인이 없어진 외파도교가 철거 됨. 외백 도교의 白은 무료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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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식당

 

 

중국 조선족이 경영하는

상해 변두리 한식 식당

아시아나 항공 기내 식사로 시장기가 없었던지

맛이 부족한 잡채와 불고기

안남미 같은 밥

선도가 떨어지는 상치와 채소

 

중국산 맥주 한 병에 한국 돈 1,000원

한국산 고급 일회용 커피 두 잔에 한국 돈 1,000원

 

넓은 홀에 종업원 대신 침침한 출렁임

자갈 깔린 넓은 마당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장날 지난 시골 장터에나 흐르는

헐렁한 바지 같은 공기가 스민 마을

잠든 아기 깰까 새들도 입을 닫은 마을에

낮잠이 이불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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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한국 임시정부청사

 

 

상해시 마당루(馬當路) 골목길

1926년부터 1932년까지 한국 임시정부청사

 

마당도 없는 서민 주택 3층 건물

1층 회의실 안쪽은 주방

주방과 회의실 사이 좁은 나무 계단 오르면

계단참 오른쪽 쪽방에 변기 대신 물통을 놓은 화장실

계단참을 돌아 오르면

2층 김구 선생 집무실

계단 쪽에 서기 책상, 창 쪽에 김구 선생 책상

책상 옆에 김구 선생의 1인용 침대

책상 앞에 비좁게 놓인 4인용 회의 탁자 하나

3층은 요인들 숙소

 

종합청사가 아니라 지도부만 있었다 하지만

쪽방 몇 개에서 나라의 국정을 보았다

숨어서 하는 일이고 군자금軍資金이 급한 터에

발 뻗을 방조차 구할 수 없었겠지

기약 없는 가족사진 좁은 책상에 놓아두고

나라에 바친 몸 하나 숙식조차 험하였네

요강단지에 대소변을 보면서도 일경에 쫓기고

허름한 침대에 누워서도 전쟁 꿈만 꾸었네

 

조국의 가족 생사 적국 치하에 맡기고

계란으로 바위 깨는 일에 목숨을 걸었으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들

그 숫자 대단하여 오늘의 대한민국 만들었네

2천만 인구로 어느 나라가 이런 일을 해냈을까

장개석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홍구공원 폭탄 투척을

한국 임시정부 윤봉길이 해냈네

 

고구려 말발굽이 북경을 넘고

신라 외교가 당나라를 이용해도

이웃을 치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지

질기게 살아온 힘이 우리에게 있네

누가 말했던가

힘이 있는 고구려가 통일해야 하는데

힘도 없는 신라가 외세를 업고 설쳐서 민족이 망했다고...

너라면 칼을 들고 덤비는 이웃에게 배를 내놓겠는가

누가 장담하는가

안으로 썩은 고구려가 영세불망할 것이라고...

중국에 들어간 동이, 몽골, 여진, 만주가 사라졌듯이

신라가 아니었으면 한국도 중국 속에 소수족으로 사라졌겠지

 

나라가 있으니

북핵문제, 경제문제, 민주회복문제는

어려운 일 아니라고 임정 청사가 누누이 말하네.

 

 

*동이: 바이칼 호수 근처에 살던 원시인류가 사방으로 이동하였는데 그 중 중국과 한반도로 내려온 우리의 고대 조상. 중국 북부와 동부에 걸쳐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를 세운 동이족이나 漢나라 이후 중국을 정복하고 중국에 들어갔던 몽골족, 거란, 여진, 만주족도 중화민족에 혼화됐으나 한반도 동이족인 한국인은 아직 중국에 들어가지 않아 혼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재중국 한국 임시정부 이동 경로: 상해, 항주, 가흥, 진강, 장사, 광주, 유주, 기강을 거쳐 1940년 충칭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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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공원 매헌梅軒

 

 

매헌 윤봉길

1908년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사량리 출생

야학당을 경영했고 시집을 내고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상해로 망명

상해에서 채소장사로 연명하다가 거사 한 시간 전

6원짜리 자기 시계를 2원짜리 김구의 시계와 바꾸면서

“선생님 저에게는 시계가 한 시간만 필요합니다.”

 

1932년 가네자와 형장에서 일본인에게 남긴 말

“대한 남아로서 할 일을 하고 미련 없이 떠나가오.”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다.

어떤 사랑보다 열렬한 사랑은 조국에 대한 사랑입니다.“

 

강보에 싸인 두 아들에게 전하라고 김구에게 넘긴 유서

“투사가 되어 태극 깃발 날리고 나의 빈 무덤에 술 한 잔 부어라.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어미의 교양으로

맹자 같은 문학가, 나폴레옹 같은 혁명가,

에디슨 같은 발명가가 되어라.”

 

동포에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할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백 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이 기회를 택했습니다.“

 

자기 나라, 중국을 쳐서 이겼다고

상해사변 전승기념을 하던 적국 대장을

매헌이 몸을 던져 폭사시킨 자리를

자기 나라 루쉰이 만년에 자주 산책했던 곳이라고

중국 정부가 그 자리를 달라고 하네

공원 내 경관이 좋은 폭탄 투척지를

문학가 루쉰(魯迅) 묘 이장지移葬地로 내주고

폭탄 투척 기념비는 루쉰(魯迅)공원 한편으로 물러났다

 

물통 모양 수류탄을 던졌는데

도시락 모양으로 오인되었다

거사용 물통형은 폭발했고

미수에 그친 자살용 도시락형만 남은 탓이다

옷이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된 반 주검을

투척 현장에서 머리와 다리를 들고 차 뒷좌석에

짐짝처럼 구겨 넣었는데, 아사히 신문과 일본 헌병이

매헌을 닮은 건장한 청년을 구해 말끔한 모습으로

연행하는 척, 일본의 인권존중을 선전했다

 

힘이 없으면 밀려나고

때를 놓치면 고치지 못하고

언론이 국익 앞세워 거짓말하는데

스무 살 나이에

한 몸으로 옳지 못한 강대국 정부에 맞서

명예롭게 고통받는 길을 찾아간 것을

우리는 몇 살이 되어야 깨달을까?

 

 

*윤봉길: 1908.6.21. 충남 출생. 1930년 중국 망명. 1932.4.29. 일본의 상해사변 전승축하식 때 시라까와 대장을 폭사, 1932.12.19. 일본 가네자와에서 사형 당시 25세.

*유언, 유서 내용은 원문을 간추린 것임.

*매헌梅軒: 윤봉길 의사가 폭탄의거를 일으킨 루쉰(魯迅) 공원의 윤 의사 기념관. 상하이시정부는 윤의사 기념관 현판을 종전의 매정梅亭에서 윤 의사의 호를 딴 ‘매헌梅軒‘으로 바꾸었다고 2009.3.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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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봉공(매헌에서)

 

 

비우고 살자 포용하고 살자 하는 말에

콩 한 쪽을 두고 다투고

모래 같은 일로 꽈배기처럼 꼬였다는 뜻이 있다

 

바람처럼 살겠다 물처럼 흐르겠다 함은

지나쳐야 할 일에 매달려 떠나지 못한다 함이다

 

순수문학 내세워 심심풀이 풍월이나 읊고

참여문학 내세워 이판사판 시비 걸고

깊이 없는 생각으로 혹세무민하지 않았나

 

소주잔 건네며 남의 눈치 보고

남의 실언 나오기 기다렸다가 되치기

제 허물 숨기는 틈틈이 쏟아내는 자랑은

순간을 견뎌보려는 몸부림이었나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은

푸르다가 누렇다가 지면서도

자신을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할 일을 다 하는데

욕심에 지친 마음 쉴 곳 없이 떠돌아도

닿는 곳마다 황량한 빈터

 

젊은 나이에

목숨을 정의와 바꾼

매헌의 뜻은

햇빛에 반짝이는 루쉰 공원 나뭇잎보다 푸르다.

 

   

*매헌: 중국 상해 루쉰공원 안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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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들 세상

 

 

물 흐르듯 살자, 당하는 대로 살자

그러려니 하여라

 

주면 주는 대로 받고, 뺏을 수 있으면 뺏고

속이고 속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웃의 약점을 보면 사냥개처럼 물고 흔들고

남의 성공을 질투만 하다가도

강한 자의 불의에는 굳이 눈감아야 하고

좀도둑이라도 잡으면 피해만 본다는 세상

 

임정 청사에 걸린

島山의 愛己, 愛他 뜻만 새길 일이 아니다

매헌梅軒 재정을 돕겠다고

푼돈 헌금으로 자위할 일 아니다

 

선비는

곧은 신념을 지켜 가난해야 하리

때를 묻히지 않으려 산속으로 갈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죽어야 하리

 

시인은

나물죽 끼니조차 거르더라도

그늘에 웅크린 선비에게 빛이 있음을 믿게 하고

양지쪽에 거들먹거리는 선비에게 어둠을 예고해야 하리.

 

 

*島山: 도산 안창호 선생.

*梅軒: 루쉰 공원 안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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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小人입니다

 

 

중국 쓰촨성 지진 참사를 보면서 벌인

술판에 곤드레만드레

 

노래방에 갔습니다

도우미 손이 자꾸 예뻐집니다

도우미 얼굴이 하도 예뻐

흔들리는 눈으로 똑바로 봅니다

눈도 코도 집사람보다 못해도

손을 만져보고 싶어 손이 두렵습니다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몸이 두렵습니다

 

매헌이 채소장사로 모은 돈을

독립자금으로 헌납할 때

가난한 주머니에서 우려낸 돈으로

아부할 썩은 고관을 찾아나섭니다

지하도에서 신문지 덮고 떨던 가장이

가족들 얼굴을 떠올리며 얼어 죽어도

내게는 고급 요리 실컷 먹지 못하는

내 신세가 더 처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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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魯迅)공원

 

지금은 거의 중국 전통 정원 양식이지만

1896년 상해 공동조계 밖의 농지에

영국 원예가가 서양식 정원 양식으로 설계한

홍커우(虹口)오락장이라 부른 도박장을

1922년 홍커우공원으로 불렀다

1932년 상해사변에 이긴 일본이 다시

1937년 중일전쟁에 이긴 후 일본 군사용지로 쓰다가

1945년 장개석이 일본을 몰아내고 중정공원으로 불렀으나

1950년 홍커우공원으로

1957년 루쉰 묘를 옮겨놓고 루쉰공원이라 부르는데

 

루쉰 묘 앞 물 건너 아치형 다리 아래 뱃놀이하는 젊은이들

루쉰 묘 뒤 숲 속에 매헌폭탄투척기념비와 매헌기념관

루쉰 묘 오른쪽에 홍커우축구장, 왼쪽에 루쉰기념관이 있고

루쉰 묘 한편에는 중일우호광장이 있다

 

공원에는 군데군데 모여서

악기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추고 체조하고

탁자에 둘러앉아 마작하고 카드놀이하고

행상인이 먹을 것과 장난감을 판다

 

길바닥에 맹물로 그림 그리는 사람

초상화 그리는 사람

못 가 의자에 앉아 뱃놀이꾼을 보는 사람

루쉰 묘 쉼터에 앉아 놀이꾼을 보는 사람

우리처럼 시낭송을 하는 사람

하루에 열흘치 일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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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텍스 공장 가는 한담閑談

 

비단, 차, 도자기는 중국 3대 특산품이다

지금은 비단의 자리를 라텍스가 넘보고 있다

라텍스는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탄성고무

조선족 사장이 경영하는 라텍스 공장

침대, 베개를 만들어 수출한다

 

중국에서 죽을 때까지 이룰 수 없는 세 가지

한문 글자 다 배우는 것

중국요리 다 먹어보는 것

중국 경승지景勝地 다 보는 것

 

한자

지역마다 다른 글자

수시로 생기는 글자

먼지 속에 묻히는 글자

모양이 변하는 글자

 

광동요리

최고급 한 상에 한국 돈 1억 5천만 원

광동에서 먹지 않는 것

하늘에는 비행기, 땅에는 자동차, 바다에는 잠수함

제비집을 뜯어먹는 것도 부자들이나 할 수 있고

원숭이 내수(살아 있는 원숭이 머리를 깨고 뽑아낸 골)

곰 발바닥(곰이 꿀을 좋아해서 발바닥에 꿀을 묻혀서 빤다. 발바닥이 보들보들함)

모기 눈알(박쥐의 변에서 채취한 모기 눈알, 광동 사육모기는 잠자리 크기)

당나귀 샤브샤브(살아 있는 말의 엉덩이를 대패질하여 데친 것)

거위 발(거위를 산 채로 불판에 얹어 구워진 발)

삼픽요리(갓 낳은 흰 쥐 새끼)

 

경승지

실크로드, 장가계, 황산, 서호

사막, 호수, 산, 강

열대, 아열대, 사철 변하는 온대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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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난징루(南京路)

 

마차를 타고 다니던 부자들의 馬路가

쇼핑 거리로 자라면서 난징루로 개명했다

와이탄(外灘)에서 앤안시루(延安西路) 5,400m

길은 긴 광장

10월 1일부터 1주일 이어지는 휴일 거리

너무 복잡한 탓인지

시장중루(西藏中路)에서 허중난루(河中南路)까지

뿌싱지에(步行街) 1,033m에

타이어 바퀴로 달리는 명물 꼬마열차도 운행중단

흘러가는 인파를 멀리서 보면 집회 군중 같다

앞사람 뒤통수도 한눈팔면 어느 물결에 쓸려갔는지

사라진다

 

운천빠(云天빠)는 광장을 빌어 대단위 천막을 친

휴식 공간

한 사람당 15위안 이상 주문을 받는 데

음료수 한 병에 한국 돈 1,000원

맥주 한 병에 한국 돈 3,000원

 

인민공원을 기준으로 구별하는

난찡뚱루(南京東路}에 패션 가게와 중국 최대

제일백화점이 있고

난찡시루(南京西老)에 차茶나 중국 전통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한다

 

북적대는 것은 명동 같아도

토지가 국유여서

명동보다 넓고 긴 거리, 웅장한 건물

거리 곳곳에 충분한 의자도 놓을 수 있었겠다.

 

 

*운천빠(云天빠): ‘빠’ 자= 口+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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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구역

 

 

고층 건물도 시원하게 헐어

정사각형, 직삼각형,

동심원, 타원, 삼각형, 별

나라에서 마음대로 자른다

 

우주 유영도 하고

해상 세계 최장인 항주대교도 놓고

자기부상열차 운행도 하고

갑부가 4,500만

지평선뿐인 농토

사막에도 지하자원

 

사회주의 인간의 실수가 언제쯤 나타날지

사회주의 보이는 사람의 손이

자본주의 보이지 않는 신의 손을 앞서려 한다

 

생활용품 잘 만들고 평균소득 조금 높은 우리

언제 쪽박 차게 될지

양식은 있을 때 아끼고 덕은 힘이 있을수록 쌓으라 했다.

 

*보이지 않는 손: 수요공급은 저절로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경제학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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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촌

 

 

대의족 민속식당에 한국인이 붐빈다

코스별로 나오는 식사 중에

대의족 민속공연이 이어지고

아리랑이 열창 되었다

 

한국인 관광버스가 계속 들어오고 나간다

코스별 식사가 나온 후 손님이 앉아있어도 상床을 치운다

야속하다 싶은 상혼商魂이지만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일어서야 한다

 

종업원만 혼쭐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손님도 정신이 없고

무대 출연자들도 몸살이 난다.

 

 

*대가촌: 상해 소재 대의족 민속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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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회암소(발 마사지)

 

마사지를 마치면 일정한 팁만 주라 한다

액수에 차이가 나면 마사지사 간에 속이 상한다고

한국 돈 2,000원이나 미국 돈 2달러를 주라 한다

 

마사지실 입구에서부터 환영 인사가 이어졌다

줄지어 놓은 의자에 앉으니

전신 마사지를 받을 사람은 다른 방으로 모시고

남자 손님에게는 10대 아가씨가

여자 손님에게는 10대 총각이

손님 수에 따라 들어왔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마사지사는 자동화 기계, 손님은 가공품

큰 물통에 약초 달인 물을 채우고

양말을 벗기고 씻어준 발을 약초 물에 담가주고 나간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발의 물기를 닦고

물통을 치우고 비스듬히 눕혀 좌우로

어깨 팔 허벅지를 마사지한다

다음 단계로

간이 의자에 마주 보고 앉아

손님의 어깨를 밀어 눕히고

발가락, 발등, 종아리 마사지를 한다

온몸의 힘을 손가락에 모아 기를 쓰고 한다

 

미안하여 중지하고 싶은 생각이 버럭 나지만

그만두라 하면 그는 직업을 잃는다

한 시간 동안 사력을 다하는 체력 소진

저렇게 힘이 들어서 몇 년 동안 일을 할 수 있을까

가난을 잊어보려고 일자리 찾아 도시로 온 어린 소녀

미안한 생각에 팁을 더 주고 싶었으나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니라고 미리 부탁까지 받은 터

마사지 내내 생각하여 한국 돈 2,000원보다

환율이 올라간 미국 돈 2달러를 주고

미소 짓는 얼굴을 보고 싶어

셰셰, 땡 큐를 거듭하였다.

 

 

*건강회암소: 발마사지 요금이 한국 돈 20,000원 정도라고 함. 10% 팁이면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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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소주에서 나서

항주에서 살고

광주에서 먹고

계림에서 놀고

유주에서 죽도록 하여 주소서.

 

소주 여자에

소주 비단 옷을 입고

광동요리에

서호(항주)를 바라보며

용정차(항주)를 마시고 싶나이다.

 

 

*소주, 좋은 부모 만나 좋은 교육으로 과거에 급제하고(문인의 도시, 과거급제자를 가장 많이 배출)

*항주, 깨끗하고 부유하고 서호가 있고

*광주, 최고급 요리가 있고 못 먹는 것이 없고

*계림, 桂林山水天下甲(리강離江과 계수나무)

*유주, 좋은 나무관이 있다.

 

*나는 계림의 사람이 될지언정 하늘의 신선은 되고 싶지 않다 (장수 진의)

*상해에서는 사람의 뒤통수만 보이고 계림에서는 봉우리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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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동인한방

 

상해 국제 박람회를 이용하려는 정부지침에

북경 동인당을 상해로 옮기고

중국에 오는 관광객은

의무적으로 동인당 견학을 해야 한다

 

계속 몰려오는 한국 관광객을 안내하는

조선족 안내원이

중국 우황청심환은 사향을 쓴다고 하며

사향의 효능을 설명하고

중국인 의사 두 사람이 들어와서

희망자에 한해 무료 진맥과 처방을 하여주었다

 

귀국하여 국내 방송에서 보내는

국내 기관의 성분검사 자료를 보니

동인당 우황청심환에 사향 성분도 거의 없고

제품검사가 한국보다 허술하다

치밀한 중국 정부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

힘이 있기에 이런 말썽쯤은

밥솥에 서리던 김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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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탄(外灘)

 

황푸강 서쪽 강변 바이뚜쵸우(白渡橋)에서

찐링뚱루(金陵東路)까지

상하이 도시 밖이라는 와이탄(外灘)은

아편전쟁 뒤 영국과 맺은 1842년 난징조약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공동조계지가 되고

열강이 여기에 국위를 걸고 건물을 세웠다

 

1.7km에 52개의 고풍스러운 건축양식 '세계 건축 박물관'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보아르, 아트데코

고대 그리스식의 원형 지붕 시티은행은

수에즈 운하 동쪽과 극동지역 사이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

 

중국이 외백도교를 놓기까지

중국에서 중국인만 과교세를 내야 했던 외파도교

자기 땅에서 자국인과 개만 출입금지된 황푸공원

중국은 열강이 자존심을 걸고 내 땅에 집을 지을 동안

쌓였던 썩은 상처들을 모아 미래의 거울로 삼고 관광자원으로 쓴다

 

양쯔강의 마지막 지류에 흐르는 유람선들과

강물에 어리는 건물들의 원색 불빛은 화려해도

산책하는 사람과 사진 찍는 관광객이 붐벼서

관광객은 언제 일행을 놓질 지 똘똘 뭉친 채 밀려다닌다

 

상하이가 자랑하는 건축물에 저녁이면 사람이 없어

제한된 시간 동안만 연출되는 조명이 쓸쓸하다

건물 모서리에 네온사인을 두르고 몇 개 층 단위로

바닥에서 위로 빛을 쏘아 외형만 보여주니

죽은 도시 유령의 집 같다

 

골목골목 건물마다 아등바등 들락거리고

군데군데 새벽까지 불을 끄지 못하고 부대끼는

한국 야경이 훨씬 뿌듯하다.

 

 

 

*공원 수칙

  4. 자전거와 개는 출입금지(脚踏车及犬不准入 内)

  5. 서양인의 하인을 제외하고 중국인 출입금지 (除西人佣仆, 外华人不得入内)

*과교세过桥税: 영국인 웰스Wells가 목조 다리인 외파도교外摆渡桥를 세우고 중국인에게만 징수 함. 중국이 외백도교外白渡桥를 세운 후 행인 이 없어진 외파도교 철거 됨. 외백도교의 白 은 무료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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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명주TV탑(東方明珠電視塔)

 

중국?

현재를 보려면 북경을 보아라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를 보아라

 

상하이?

동방명주탑을 보아라

 

와이탄에서 푸둥까지 다리도 있고 전동차도 있지만

와이탄 관광터널도 있다

 

467m를 주축 기둥 세 개가 받치고

90m, 하구체는 오락실 관광 복도

263m, 상구체는 일반관광객 전망대

350m, 태공선太空船은 귀빈실

고속엘리베이터로 10초 만에 전망대에 닿는다는 말이 있어도

상하이 최고 높이도 아니고

우체국과 식당이 세계 최고 높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지만

옥쟁반인 황푸강에

크고 작은 열한 개 구슬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으로

중국이 자랑하는 예술품이다

 

중국이 김정일에게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룩한 상향식 개혁 성과물로

동방명주탑에서 상해 전경을 보여준 뜻은

개방정책을 권한 것이었는데

김정일은 천지개벽이라고 찬탄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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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거래소

 

 

관광객을 겨냥한

상해 농산물 거래소

 

진열품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깨, 잡곡

전통주

 

마오타이주 40,000원

귀주 30,000원

메모지를 버려서 이름을 잊은 작은 병술들 1,000원

 

김해공항 출국장에서

1,000원짜리 세 병 중 두 병에서 술이 샜다

 

세계 세 번째 달나라 착륙한 핵무장국

세계 첫 번째 상업용 자기부상열차 운행국

품질이 떨어져도

수출 방안을 있는 대로 다 활용하여

우리의 영역을 잠식하니

우리는 무엇 만들어 수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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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쑤저우

 

*金澄錦江國際酒店

*蘇州

*蘇州는 동양의 베니스

*경항대운하 2500년

*접이식 우산

*천 년 고찰 한샨쓰(寒山寺)

*류위안(留園)

*3800 고지 후치우(虎丘)산

*호구산 감감천

*호구산 시검석

*호구산 석도

*호구산 침석

*호구산 진랑묘

*호구산 천인석

*호구산 이선정二仙亭

*호구산 검지

*호구산 쌍정교雙井橋

*호구산 윈옌쓰(雲岩寺) 탑

*비단 공장(소주)

*모자 보살(소주)

*대홍운 식당

*소주에서 항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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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澄錦江國際酒店

 

상해에서 두 시간 달려온 소주, 별 네 개 호텔

로비에서 안내원이 당부를 하였다

세 가지 작동 점검 확인 사항

온수, 변기, 에어컨

 

호텔 명칭이 중국에서는 주점酒店

술에 취한 손님을 쫓아낼 수 없어

술청 뒤에 숙소를 만들고 손님을 옮긴 뒤

그 술청에 다른 손님을 모셔야 했던 옛날

그때부터 주점이 숙소를 겸하여 왔다

 

2인용 객실 냉장고에 냉수 400리터짜리 2병. 녹차와 커피

욕실에 일회용 치약, 칫솔, 비누, 샤워용 머리 덮개 두 개씩

쓰지 않은 수건은 깨끗이 정돈하여

세탁에서 오는 공해를 막자는 안내문이 있다

텔레비전 수상기는 있지만

한국에는 모텔에도 있는 컴퓨터 단말기가 없다

객실 치장이 시멘트로 포장한 시골 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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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州

 

와이청허(外城河)가 둘러싼 쑤저우(蘇州)

양쯔장(楊子江) 삼각주 평원 요지

BC 514년 오 왕 합려가 24km 성벽 축조한

타이후호(太湖) 북동쪽, 장쑤성(江蘇省) 성도省都

 

사주지부絲綢之府

어미지향魚米之鄕

원림지도園林之都

수향지대水鄕地帶

문인의 고향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천하의 원림은 강남에 있고, 그 중에도 소주 정원이 으뜸

200여 개 중 복원하여 개방한 것은 10여 개

송대의 창랑정滄浪亭

원대의 사자림獅子林,

명대의 졸정원拙政園

청대의 유원留園

 

들과 마을에 종횡으로 난 수로

만리장성에 버금간다는 보대교寶帶橋

소주 미인 더불어 소주 원림에 사는 것은 가장 큰 행복.

 

 

 

*사주지부(絲綢之府 : 비단의 도시)

*어미지향(魚米之鄕 : 바다가 가까워 살기 좋은 곳, 물고기와 쌀이 넉넉한 곳)

*원림지도(園林之都: 정원의 도시)

*수향지대(水鄕地帶: 물의도시, 마을 안에서도 골 목길처럼 종횡으로 수로를 이용)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

*유원: 설립은 명대였으나 중수하면서 청대 건축 양식을 많이 채용.

*보대교(寶帶橋: 소주 남쪽 경항대운하京杭大運 河를 따라서 걸쳐 있는 길이 317m의 아치형 석교. 전체 53개의 아치형 공교로 이어져 있어 중국 최장最長의 석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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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州는 동양의 베니스

 

소주에는 소주燒酒가 없다

소주는 소주도시가 아니라 비단도시란다

 

소주의 밤은 화장품 향기가 없다

화장품에 닿으면 누에가 죽기 때문이란다

 

문인을 숭상하여

먹이라고 검은 지붕

종이라고 흰 벽으로 집을 지었다

 

소주, 항주에서 재물 자랑하지 마라 (재물은 소항에)

소주, 항주에서 인물 자랑하지 마라 (미인도 소항에)

소주에서 글 자랑하지 마라 (문인의 고향은 소주)

 

시가지에 가로세로 가득한 수로

지붕 있는 쪽배는 창 앞에서

임 기다리고

아치형 다리 옆 버드나무는

보름달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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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대운하 2500년

 

기원전 486년 오나라 부차가 중원을 삼키려고

양쯔강과 회하를 연결한 중국 최초의 한구

수 양제는 10년간 1,000만 명 이상을 동원하여

황화와 회하를 잇고

원 세조 쿠빌라이는 북경으로 천도하려고

곽수경을 시켜 경항대운하 전체 물길을 개통하였는데

1687년 청 강희제는 황하 이북 요제에서 누제에 이르는

중하中河를 개통하니 1,794km 경항대운하가 되었다

 

세계 최대 인공 수로 북경-항주 대운하 6개 성, 5대 강

하북, 하남, 안휘, 산동, 강소, 절강성

해하, 황하, 회하, 장강, 전당강을

백성의 원성으로 연결하여 수나라는 망해도

당은 소항의 물자를 장안(서안)까지 옮겨

고구려에 대적하고 북방을 제압하더니

당 현종 때는 한 해 400만 석 이상 곡물을 장안에 나르고

송은 통제거가 지나가는 개봉으로 천도하였다

 

경항대운하가 동부 평야를 지나가면서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중국의 번영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겼다.

 

 

 

*한구: 인공 물길.

*통제거: 인공 물길.

*河北(Hebei허베이), 河南(Henan허난), 山東 (Shandong산뚱), 江蘇(Jiangsu장쑤), 安徽(Anhui 안후이), 浙江(Zhejiang저장).

*海河(하이허), 黃河(황허), 淮河(화이허), 長江(창장), 錢塘江(첸탄장)

*장강長江: 강 전체를 창장(長江), 상류를 진사장 (金沙江), 민장(岷江)과 합류한 하류를 천강川江, 옛 형주를 지나는 중류를 형강, 河口 지역을 양 쯔강(楊子江)이라 함. 양쯔라는 이름은 고대 제 후국인 양揚나라에서 따온 것으로 유럽인들이 즐겨 쓰는 이름이며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상용 되지 않는다. 대신에 '긴 강'이라는 뜻의 창장(長 江)이 널리 쓰이고, 더러는 다장(大江)으로 불리 기도 한다. 양쯔 강에는 8개의 주요지류가 있다. 왼쪽으로는 상류에서부터 어귀에 이르기까지 야 룽 강(雅礱江), 민장 강(岷江), 자링 강(嘉陵江), 한수이 강(漢水)이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우수이 강(武水), 위안장 강(沅江), 샹장 강(湘江), 간장 강(贛江)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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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우산

 

 

한산사에 부슬비가 온다

한산사 담장 길에 우산 장사

2단 우산 들고 따라오며

한국 돈 천 원 싸다

한국어를 쓴다

 

새 우산 하나에 1,000원

한 번 쓰고 버려도 싼 것이라고

한국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는다

 

우주선을 만드는 나라에서 만든 우산

싸기는 한데 오래 쓸 수 있을까

보슬비에는 튼튼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한국인

 

우산쯤은 아무래도 좋다

첨단 기술과 자본을 자기가 갖고 있다고

세계 중심은 자기라고 기지개 켜는 중화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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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고찰 한샨쓰(寒山寺)

 

고승 한산자寒山子가 머문 후 절 이름이

묘보명탑원妙普明塔院에서 한산사로 바뀐 절

자주 일어나는 화재를 경항대운하의 물로 잡으려고

사찰 대문을 서쪽으로 냈다

 

7대를 이어온 원수

문수보살이 된 奇人이며 시인인 寒山 스님과

고아에서 보현보살이 된 습득拾得 스님이

원한의 고리를 동료의 정으로 풀고

한습전에 같이 있다

 

당나라 시인 장계가

밤중에 풍교에 배를 정박했을 때

한산사 종소리를 듣고 읊은

풍교야박으로 세상에 알려진 사찰

 

시름 안고 집에 가던 낙방落榜 시인의 시 한 수로

작은 절에 인파가 몰려

좁은 회랑을 금으로 칠하고

마을이 관광객으로 넘치고

신도의 향불 연기가 마당에 자욱하다

문인을 숭앙하는 중국인들

짝퉁과 유해식품이 날개를 펴도

문화민족의 저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 楓橋夜泊(張繼)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달은 지고 까마귀는 우는데 하늘 가득 서리가 내리네

풍교에는 고깃배 등불을 마주하여 시름 속에 자고

고소성 밖 한산사

한밤중에 종소리가 객선에 이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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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위안(留園)

 

 

중국 4대 정원에

황제의 정원으로 이화원과 숭덕이궁

개인정원으로

명대를 대표하는 졸정원(줘정위안)과

청대를 대표하는 유원(류위안)이 있다

 

류위안은 비단과 쌀을 취급하던

명나라 서시태徐時泰가 1525년 만들었고

청의 유서劉恕가 1794년 확충하고

이름을 한벽산장寒碧山莊으로 고쳤으나

유씨정원, 류위안으로 부르기도 하다가

19세기 말에 류위안으로 고정되었다

가는 곳마다 붐볐듯이 류위안도 인산인해

입구부터 긴 회랑, 좁은 산책로를 지나 연회장이 있다

황푸강의 발원지 태호에서 나는 태호석

태호석 중에서도 으뜸 태호석으로 만든 관운봉

관운봉 가까이 뜰 쪽에 남자 연회석을 두고

남자 연회석보다 한 단 낮게 여자 연회석을 안쪽에 두어

건축 당시가 남존여비 시대임을 말한다

중부, 동부, 서부, 북부 네 개 경구景區를 잇는

700m 긴 회랑은

300편에 이르는 류위안법첩(留園法帖)을 걸어둔 미로

건물 밖의 정원도 거미줄처럼 얽힌 미로

경구마다 독특한 담, 석물, 산

기하학적 조경수법인 중국 전형적 정원이다

문인들의 글에서 이름을 따온

수많은 정자, 누각, 연못 중에서

류위안三寶는 관운봉冠雲峰, 좌병座屛, 어화석魚化石

비가 오면 6.5m 관운봉에서 흐르는 비가

태호석 구멍마다 갖가지 폭포가 되고

회랑에 만든 화창花窓은 모두 모양이 달라

시선을 제한하여 창마다 느낌이 다르다

 

시와 글씨를 존중하는 중국 전통

부자와 빈자를 넘어서는 힘

곱게 벌고 곱게 쓰였다면그 손은 하늘의 손이다.

 

 

*留園法帖: 중국 역대 명가의 서법 300여 편을 유원 회랑에 새겨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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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 고지 후치우(虎丘)산

 

오중제일산吳中第一山

3800 고지를 걸어서 10분이면 오른다

끝이 없는 평원에 무려 38,000mm 하늘을 찌르는 높은 산

47.5m 호구탑(운암사탑)을 호구산 꼭대기에

수나라가 세웠다

호구탑은 보수를 해도 기우는 동양판 피사의 사탑

호구탑 지하는 동굴이라

호구탑 바닥을 치면 쿵쿵 울린다고 소문을 낸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소주에 와서 호구산을 보지 않으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했다

 

호구산 원래 이름은 해용산海涌山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호구산

춘추시대, 합려闔閭를 묻고 3일 만에

흰 호랑이가 나와 무덤을 지켰다고 호구산

진시황 직접 감시하에 합려의 관에 넣은

3,000개 칼 중에 명검을 찾아 묘터를 파헤치는데

호랑이가 나와 발굴을 중지했다고 호구산

파헤친 구덩이에 물이 차니 호구산 검지劍池라 한다

 

입구 일주문을 지나 산자락을 들어서면

돌 두꺼비가 우물을 지키는 감감천

합려의 칼에 잘린 시검석

선 채로 돌이 된 복숭아, 석도

배게 모양의 침석

소동파가 칭찬한 샘물 제삼천第三泉

사대부 희롱을 피해 자결한 가기歌妓 진랑묘眞娘墓

무덤을 만들던 1,000명 노동자의 목을 자른 천인석

바둑 한판 구경하는 사이 도끼자루 썩었다는 이선정

서씨가 검지의 물에 얼굴을 다듬은 쌍정

38m 높이도 오나라에는 높은 산

오나라 수도에

관광객이 장날인 듯 북적인다.

 

   

*소주에 와서 호구산을 보지 않으면 매우 안타까운 일(到蘇州而不遊虎邱, 乃是憾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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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감감천憨憨泉

 

양梁나라 때 고아가 된 봉사가 절에 들어왔다

처음 온 동자승童子僧은 산 아래 물을 길어

산 위 절까지 나르는 것이 일인데

힘든 일을 정성으로 하는 어린 봉사를

사람들이 바보라고 감감이라 했다

 

신령이 열두 살 봉사에게 천안泉眼을 주었고

물 나올 자리를 알게 된 꼬마가 맨손으로 우물을 팠다

답답하게 지켜보던 승려 하나가

여기에 물이 나오면 내가 두꺼비가 되겠다

 

우물에서 물이 나와

이 물로 눈을 씻은 소화상은 눈을 뜨고 고승 감감이 되고

똑똑하던 승려는 돌 두꺼비가 되어

우물 옆에 웅크리고 앉아 우물을 지킨다.

 

   

*泉眼: 우물 물줄기를 알아보는 선견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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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시검석

 

 

월나라 구야자歐冶子는 명검을 만드는데

오 왕 합려闔閭에게는 좋은 검이 없었다

 

쑤저우(蘇州)성 간장干將을 불러

제물로 동남동녀童男童女 300을 주겠으니 명검을 만들어라

간장이 100일 안에 만들겠다 장담하고

동남동녀를 살려 보냈다

전국의 좋은 자재 모아 온몸을 다 해

차갑기 물 같고 보름달 뜨면 용 울음소리를 내는

보검을 만들어 간장이라 했다

간장검干將劍을 보니 제 죽음이 보여

간장을 숨기고, 간장 대신 아내 막야 이름을 딴

막야幕耶를 만들어 합려에게 주었는데

합려가 막야로 바위를 치니

바위는 갈라지고 막야에는 흠도 나지 않았다

합려는 제2 명검 출현이 두려워 막야로 간장을 죽이고

임신 중인 막야는 간장을 가지고 달아났다

 

18년 후 청년이 합려에게 보검을 바치러 왔다

합려가 목합木盒 위에 쓰인

대왕에게 보검을 바친다

읽는 순간 청년이 목합에서 간장을 빼어 합려의 목을 베니

합려가 찬 막야가 스스로 날아 적룡이 되고

청년은 청룡이 된 간장을 타고 적룡과 승천했다

 

단칼에 갈라진 시검석은

찢어진 가랑이를 쩍 벌리고 누워 있어도

풀 한 포기도 소중한 목숨이라고

합려보다는 덜 부끄럽다고

오가는 사람을 쳐다본다

 

나무관세음보살.

 

 

 

*또 하나의 간장, 막야 이야기

 

청동기술은 중원에서 시작되었으나 강철을 다루는 제철기술은 오, 월이 앞섰다.

간장과 막야라는 부부 도장공은 구야자의 제자였는데 절강성 항주의 서북 쪽 대나무 숲과 폭포에 둘러싸인 산속에 살았다. 이들이 오 왕의 명을 받고 오산의 철정鐵精과 육합(六合:天地四方)의 금영金英을 캐내어 천지신명께 기도드리고 음양이 조화되고 신령이 강림하는 시간을 기다려 칼을 만들기 시작한다. 제조 도중 용로의 온도가 떨어져 쇳물이 굳어졌다. 이때 도장공이 용로에 뛰어들지 못하면 도장공의 머리와 손톱을 깎아 넣고 동남동녀 800명이 풀무를 불어 쇳물을 녹여야 하는데 도장공이 뛰어들 수가 없어 머리와 손톱을 깎아 넣어 3년만에 자웅 한 쌍의 검을 만들었다. 陽의 검인 웅검에는 간장, 陰의 검인 자검에 막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간장은 칼을 바치러 가면서 막야에게 말했다.

"웅검을 문을 나서서 남산을 바라보는 돌 위에 소나무가 서 있는 뒤쪽에 묻었으니, 내가 돌아오지 않고 임신 중인 당신이 아들을 낳거든 복수를 해주세요."

오 왕은 쇠붙이도 벤다고 했으니 네 목이 쉽게 베어지는지 시험하자고 하며 막야로 간장의 목을 베고는 이 칼이 천하의 명검임이 확실한데 간장을 살려두면 적국에 가서 더 좋은 칼을 만들 거라 했다.

막야는 두 눈썹 사이가 유난히 넓은 아들을 낳아 미간척眉間尺이라 했다

미간척이 자라서 자기 집 주춧돌 밑에서 어렵게 칼을 찾아 길을 나섰는데, 오 왕은 "나는 간장의 아들 미간척이다! 아비의 원수를 갚으러 왔으니 목을 내 놔라." 하는 꿈을 꾸고, 화공에게 꿈에 본 미간척의 그림을 그리게 하여 미간척의 목에 천금의 현상금을 걸었다. 미간척은 숨어지내는 신세가 되어 비통한 심정을 노래하며 울고 다니다가 산 속에서 협객을 만났다. 협객은 쫓기는 몸이 왕의 목을 못 벨 테고 나는 협객이니까 내가 원수를 갚아줄 테니 자네의 목과 명검을 달라고 하였다.

미간척이 간장검으로 제 목을 쳐서 제 목과 간장검을 내미는 데 몸뚱이가 서 있었다. 협객이 두 물건을 공손히 받고, "걱정 마시게, 그대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반드시 원수를 갚아주겠네." 했더니 시체가 넘어졌다.

협객이 오 왕에게 미간척의 목을 확인시키고 "살아서 성질이 모진 놈은 그 원혼도 모진 법입니다. 이 자의 목을 커다란 가마솥에 넣어 삶아 흔적조차 없도록 하여 재앙의 빌미를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흘을 삶아도 형체가 분명하였다. 협객이 "이놈의 목이 조금도 삶아지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이상한 일입니다. 대왕께서 몸소 내려오셔서 이놈의 눈을 노려보시면 삶아질 것 같습니다."

왕이 가마솥 곁으로 내려오자 협객이 간장검으로 왕의 목을 치니 왕의 목이 가마솥 열탕에 떨어지고 뒤이어 협객이 자기 목을 치니 그 목도 열탕에 떨어졌다.

세 개의 목이 열탕에서 녹으니 대왕의 목을 찾을 수 없어 세 개의 목을 같이 묻고 삼왕묘라 했다. 삼왕묘는 여남군汝南郡 북의춘현北宜春縣 경내에 있다고 한다.

칼의 가치를 매기던 설촉은 명검의 하나인 순균검의 가치를 따져서 市가 있는 두 고을과 준마 1,000필과 1.000호 도시 두 개를 합친 것과 같다고 했으니, 이에 미루어 간장검의 가치를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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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석도

 

 

천도복숭아를 훔쳐 입에 머금고

근두운을 타고 달아나던 손오공

천하제일 호구산 경승景勝에 감탄하여 입을 벌렸다가

저런!

복숭아를 호구산에 떨어뜨렸네

 

옥황상제 정원 천도복숭아

땅에 떨어지니 돌이 되었네

 

선 채로 사람을 기다리는 복숭아

둘러선 사람들 무엇을 바랄까

쓰다듬을수록

동방삭이만큼 살고

항아 만큼 아름다워지고

감자처럼 주렁주렁 아이를 갖는다

 

한 번씩만 쓰다듬어라

돌이 닳아 없어지면

후세 사람은 어디에 복을 빌까!

 

 

*근두운: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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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침석

 

 

화가 당백호와 그의 친구

둘 다 아내는 임신 중

돌을 던져

침석 위에 머물면 아들

떨어지면 딸을 낳는다는 내기를 했다

 

침석 위에 돌이 머문 당백호는 아들을

침석 아래로 돌이 떨어진 친구는 딸을 낳았다

 

돌이 침석에서 떨어지다가 땅에 닿지 않을 수도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아들일까 딸일까

   

고자라고 할 수도 없고

신이 점지해 준 것을

사람이 바꾸는

a transsex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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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진랑묘

 

 

사대부 희롱을 피해 자결한 당 현종 때의 가기歌妓

아름다운 자태를 명부에서 탐을 냈나

매화꽃 봉오리 명부로 갔다

 

뒷벽만 있는 정자 모양 지붕을 무덤 위에 세우고

뒷벽에 고진랑묘古眞娘墓라는 돌을 붙이고

무덤 앞은 한 길 높이 바위 석축을 올렸다

 

백거이白居易가 시의 소재로 쓴 까닭에

유명해진 진랑의 무덤이

태어날 때 빈손 그대로 소박하다

초라한 듯 작아도 산뜻한 멋은

진랑의 참모습

꾸밈없는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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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천인석

 

합려闔閭의 무덤을 만든다고 아들 부타(夫差)가

1,000명을 동원하여 바위를 깎아 헛무덤을 만들고

아버지의 주검과 수장품은 다른 곳에 묻었다

 

무덤 비밀을 지키려고

1,000명이 들어갈 넓은 천인석에서

무덤을 만든 1,000명 목을 베었더니

비가 오거나 습기가 차면 바위가 붉어진다

 

1,000명이 천인석에 앉아

고승 생공의 설법을 들었다는 말

양梁나라 고승 도생道生이 이곳에서 설법을 하자

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말

천 명이 앉기에는 좁은 듯해도 잘 꾸며낸 이야기

 

한 자루 보검을 찾으려던

진시황은 발굴에 실패하고

발굴터에 물이 고여 검지가 되었는데

2,500백 년 전에 묻은

3,000자루 검과 6,000벌 갑옷과

황금 보석이

아직도 검지 밑에 잘 있는지

1,000인의 원혼은 말이 없다.

 

 

*부타: 夫差의 중국 발음.

천인석 바위: 바위의 종류가 붉은빛이 도는 바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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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이선정二仙亭

 

천인석 뒤 검지 옆에 조그마한 이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산중에 웬 노인들

바둑 한판 구경하던 나무꾼

집에 가려고 도끼를 찾으니 도낏자루가 썩어버렸다

놀란 마음으로 집에 가니 마을은 간데없고

집터만 희미하다

 

신선의 한나절이 속세에는 백 년

신선에게는 백 년이 고작 바둑 한판의 여유

 

인간의 100년도 짧은 것이 아니다

100년을 살아도

일을 한 자는 1,000년을 산 것이고

백수건달은 순간을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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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검지

 

 

검지 바위에 글을 새긴 명필들

합려와 부차의 이력서를 쓰려는지

왕희지도 먹물 번뜩이는 붓을 들었네

 

천인석을 깎아 합려를 묻는다고 소문내놓고

천인석에서 돌 다듬던 1,000명 목을 베고

합려와 전설의 어장검을 금과 보석과

천인석이 아닌 검지 밑에 묻었네

 

1,000명의 목을 베도

명검 묻힌 비밀을 감추지 못해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합려의 무덤을 파헤치니

호랑이가 나와 방해를 하네

BC 221년경 진시황도 호구산 호랑이를 이기지 못해

도굴을 중지하니

그 구덩이에 물이 고여 못이 되었네

 

AD 200년 이후 오 나라 손권도 발굴을 포기하고

1512년 검지의 물이 말랐을 때

무덤의 문을 발견했다는 기록을

1955년 검지의 이끼를 걷어내고

호구 중수를 하다가 발견했다고 하지만

실재 발굴한 것이 아니어서 수수께끼

아직도 어장검은커녕 부엌칼 하나 찾지 못했네.

 

 

 

*검지 바위에 왕희지를 비롯하여 여러 명필이 쓴 글씨를 음각陰刻하였음.

 

*합려의 요왕 시살에 사용된 어장검 이야기 정리

 

합려闔廬: 공자 광, 오나라 왕이 되었음. 초나라에서 망명한 오자서의 심복 전제를 시켜 사촌인 오나라 왕 요를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

 

오자서伍子胥: 본명은 俉員, 합려가 인재천거 요청했을 때 손무孫武를 천거했고, 초나라 평왕이 아버지 오사와 형 오진을 죽인 원수를 갚으려 함.

 

오사 父子: 오사는 초나라 태자 건建의 스승인 태부였다. 비무기는 태부인 오사의 부관인 소부로, 초 평왕이 강대국 진秦나라 공주를 태자비로 맞아 오도록 보낸 신하인데, 모시고 오던 진나라 공주의 미모에 빠졌으나 공주를 데리고 도망갈 수 없어 한탄하다가 평왕의 며느리가 될 공주를 평왕에게 바치고 출세할 계획을 세웠다. 평왕은 며느리로 맞아야 할 진의 공주를 차지하고 다른 여인을 구해 태자비로 삼았고 비무기는 그 공으로 상경이 되었다. 진나라 공주는 이듬해 평왕의 아들 진軫을 낳았고, 비무기는 평왕 사후가 걱정되어 평왕이 미워해서 변방 성보 태수로 보낸 태자 건을 제거하기로 하고 평왕에게 태자가 진나라 공주 때문에 아비에게 원한을 품고 반역하려 한다고 무고하였다. 비무기는 자기편인 사마벼슬의 분양에게 태자가 난을 피하도록 통보하여 태자는 송나라로 달아나고 태자와 같이 있던 오사만 입궐하자, 태자의 도망이 반역의 증거라고 태자를 모시고 있었던 오사에게까지 죄를 뒤집어 씌워 오사를 제거하면서 후환이 두려워 오사의 두 아들도 같이 죽이려 했다. 오사에게 자필로 두 아들에게 집에 오라고 글을 쓰도록 하고 오사의 두 아들에게 오사의 자필을 보냈으나 큰아들 상尙은 죽을 줄 알고도 입궐했고, 원員(자서)은 후일 복수를 위해 도망하다가 장강에 이르렀다. 장강의 노인 어부가 조 5만 섬에 집규執珪벼슬(고관)을 준다는 방을 보고 오자서를 알면서도 오자서를 공짜로 배를 태워 도강하게 한다. 오자서는 떠돌다가 오나라에 도착 후 오나라 공자 광(합려)의 식객이 된다. 국경에 접한 초나라 쪽 종리와 오나라 쪽 비량지가 뽕잎을 가지고 다투다가 전쟁이 되었는데 오나라 광이 이끄는 군대가 항상 승리하였다. 오자서가 오 왕 요에게 광을 시켜 초나라를 정벌하자고 사주하나 광이 요왕에게 오자서가 복수심 때문에 하는 소리이고 초나라를 이길 국력이 안된다고 하여 전쟁이 되지 않았다. 오자서는 광이 전장에 나가지 않는 이유가 왕위 찬탈임을 알고 자객 전제專諸를 광에게 소개하고 요왕의 의심을 풀기 위해 오자서 자기는 농군으로 지낸다.

 

공자 광: 오나라 왕 수몽은 제일 똑똑한 넷째 계찰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했으나 수몽왕이 죽은 후 계찰이 형님을 두고 왕이 될 수 없다고 왕위를 사양하자 맏아들 제번이, 형제가 차례로 왕이 되다가 계찰에게 물려주어 계찰이 자기 차례를 거절 못 하도록 계획하였고, 왕위가 제번, 여제, 여말에게 넘겨졌다가 계찰 차례가 되었는데 계찰이 극구 사양하는 사이 셋째인 여말의 아들 요가 왕위를 차지하니, 광은 넷째 숙부가 왕이 되지 않으면 제번의 아들인 자기의 차례인데 요가 왕위를 찬탈했다고 불만.

 

요왕: 초나라 평왕이 죽고 진나라 공주가 낳은 진이 초나라 소왕이 되었는데 요왕이 초나라가 소란함을 알고 초나라를 치려고 광에게 의논하니 광이 초나라는 지금 무방비 상태라 요왕의 두 동생을 보내 공을 세우게 하자고 하여 요왕이 자기 동생인 공자 개여와 촉용을 시켜 초나라 육, 첨(땅 이름)으로 침공하고 삼촌인 계찰을 진晋으로 보내 다른 나라의 형편을 보게 함.

 

전제: 광이 보낸 첩자로부터 오나라 개여와 촉용이 초나라 성을 공격도 못하고 퇴로까지 차단되어 회군한다 해도 몇 해가 걸릴 거라는 첩보를 받은 광은 오나라가 비어 있는 이때 요를 제거하기로 함. 전제는 자기의 일이 요를 암살하는 것이라고 주인인 오자서에게 들었다고 하며, 지금 상태가 모후는 연로하고 왕자는 어리고 왕의 아우는 퇴로가 끊겼고 오가 초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요왕을 위해 목숨 걸 사람도 없고 왕의 위험을 알릴 지혜로운 신하도 없어 시살에는 적기라고 광에게 말함. 전제는 광의 일은 天命, 오자서의 일은 大義, 자기의 일은 意氣인데 큰일을 하는데 명검이 필요하다고 광에게 말함.

전제의 세 가지 조건:

1. 자기의 주군 오자서의 소원을 들어줄 것, 오자 서의 원수가 전제의 원수임.

2. 전제가 죽은 후 노모를 오나라에서 거두어줄 것,

3. 오자서에게 들은 어장검을 줄 것. 전제라 하더 라도 실수를 해서는 안 되니 명검이 필요하다 는 오자서의 판단일 것이라 함.

 

요왕 시살: 요왕의 두 동생이 적진에서 행방불명이고 초나라 정벌에도 실패하여 궁중에서 술판을 벌일 수 없으니, 자기 집에서 술 한잔하자고 광이 자기 집에 요왕을 초청하고, 요왕도 광을 겁내어 평소보다 몇 배나 되는 호위군으로 광의 집을 에워쌌다. 왕과 신하가 무희들의 춤과 술에 안심하고 있을 때 전제가 엄청나게 큰 생선찜을 들고 들어오니 아무도 의심이 없어서 전제는 요왕 앞에 그릇을 놓고 돌아서는 척하면서 생선 속에 숨긴 어장도로 요를 찔렀음. 순간 호위대장의 칼이 전제의 목을 쳤으나 숨었던 광의 부하가 연회실과 연회실 밖의 호위병을 쳐서 싸움이 쉽게 끝났다.

 

 

어장검:

 

1설: 구야자歐冶子가 만든 어장검魚腸劍이 광의 조부인 수몽왕에서 광의 아버지 제번왕에게 다시 광에게 내려감. 검을 만들다가 도중에 온도가 떨어져 쇳물이 굳어지자 구야자 스승 부부가 쇳물 속에 뛰어들어 쇳물을 녹였고 그 쇳물로 구야자가 만든 것이 어장검. 명검으로는 어장검, 간장, 막야, 순균, 용연, 태아, 담로, 거궐, 공포, 승사 등.

 

2설: 월나라 왕 윤상은 오나라 권력가인 공자 광에게 선물할 보검 다섯 자루를 구자야에게 만들게 하여 그 중 세 자루를 공자 광에게 보냈다. 구야자는 간장검과 막야검을 만든 간장과 막야의 스승이다. 공자 광은 그 중 가장 우수한 검을 담로澹盧라고 이름 붙이고, 다음으로 우수한 칼에는 반영(磐영) 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름 붙이지 않은 무명 검이었는데, 공자 광은 이것을 오자서에게 주었다. 오자서는 이 칼을 전제에게 주어 요왕을 죽이도록 지시를 하였는데 전제는 요리사로 가장하여 생선 속에 이 칼을 몰래 숨겨 넣고 들어가 요왕을 죽이는 데 성공하였다. 쿠데타로 왕이 된 공자 광(합려)은 요를 처단한 검을 물고기 내장에 숨겼다 하여 어장검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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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쌍정교雙井橋

 

 

깎아지른 두 바위를 건너가는 쌍정교

아래에는 아슬아슬 푸른 검지

 

서씨는 날마다 돌다리 위에서

천하제일 고운 자태를

물거울에 비춰본다

현기증 나는 검지에 서씨가 빠질지 몰라

오 왕 부차가 돌다리 바닥에 구멍을 두 개 냈다

 

그 구멍으로 검지 맑은 물을 길었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은 열십자 철판으로 덮어놓았다

철판 사이로 보이는 푸른 물도

머리가 어질어질 온몸이 흔들흔들

발바닥이 솟아오르고 머리가 아래로 떨어진다

 

쌍정교 구멍으로 검지에 얼굴을 비춰보면

한 번에 10년씩 젊어진다는데

두 번 보다가는 20년 젊어진 나이로 익사하겠다.

 

 

 

*물거울<명사> 거울로 삼아 모양을 비추어 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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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산 윈옌쓰(雲岩寺) 탑

 

 

400여 년 전부터 북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38m 호구산 정상에 47.5m 호구탑

1957년 보수과정에 밝혀진 창건연대는

959년 착공, 961년 북송 태조 때 완공

피사의 사탑보다 100여 년 앞선다

목조건축을 모방한 누각식樓閣式 7층 8각 전탑氈塔

송대 탑 중 가장 오래되고 크고 정교하다

각 층에 처마(平座)가 있고

층간에는 외벽으로만 연결된 공통식空筒式

탑 안에 계단이 있는 양식보다 오래된 것

 

전문가들은 탑의 기초가 약하여 기운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탑 아래에 합려의 묘가 있어

아래층 바닥을 치면 울림이 있다고

합려의 묘 때문에 탑이 기운다고

그렇게 믿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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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공장(소주)

 

실크 패션쇼를 보이고 작업장을 보여줬다

실을 뽑는 현장을 보고

쌍고치(共同繭, 同功繭, 雙繭) 처리하는 작업장을 보았다

누에 허물은 당뇨병 약재로 쓴다

 

실을 뽑지 못하는 쌍고치를 갈라 물에 불리면

손가락 한 마디만 하던 것이 얼굴 하나만큼 늘어난다

하루 한두 번 설거지 물에 손 담가도 습진이 오는데

고치 담근 물에 온종일 일하면 손이 보드라워진다

고치에서 단백질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비단은

살균능력이 있어 수술 봉합사로 쓰고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다공성 실이어서 습기와 땀이 배지 않아

세탁하지 않는다

오물이 묻으면 그 부분만 울세제를 써야 천이 보전된다

방탄복 원료로 쓰이는데

사용 두 달쯤 후 솜이 가라앉으면 햇볕에 말릴 것이고

비단에 바느질을 하면 바늘에 긁힌 실이 상하게 된다

 

쌍고치를 물에 불려서 늘이고 말려 이불솜을 만드는 데

많은 일손을 감당하는 것은 저임금이다

겨울 이불솜 한 채 2kg 650위엔(한국 돈 13만 원)

비단 홑청 한 채는 한국 돈 16만 원에서 35만 원

 

중국의 임금이 한국 수준에 오면

비단 이불은 말도 못 붙이겠지만

지금도 내게는 사치스런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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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보살(소주)

 

왼쪽 허벅지가 잘린 30대 아주머니가

왼쪽 옆구리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오른팔엔 아들을 안고

한국 돈 1,000원을 구걸한다

 

달라는 대로 다 주면 감당 못한다고

주지 말라 한 말이 야속하다

비단을 꾸러미 꾸러미 사 오면서

아무도 돈을 주지 않아도

아주머니 얼굴은 평화스럽다

 

선 채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두 살이 넘은 듯 귀여운 아들이

왼팔로 엄마 목을 안고

오른손으로

이마에 헝클어진 엄마 머리카락을 고른다

 

지친 다리, 결리는 어깨

잇따라 아이 엉덩이를 추스르는 오른팔

다 잊었는지

아주머니 얼굴에 연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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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운 식당

 

식사 중에 아리랑도 열창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식당의 공식 공연이 끝나고

텔레비전에서는 보지 못한 서너 명

젊은 악단이 한국 돈 1,000원이라고

노래 한 곡 들어달라 한다

 

가곡 고향의 봄도 부르고

건전 가요도 부른다

어설픈 발음으로 한국 노래를 많이도 외웠다

 

신神은 물건을 만들 때 존재 방법도 주었다

내게도 저런 능력이 있을까

수요를 창출할 새로운 공급

가는 곳곳 용하게도 한국인임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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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에서 항주로

오나라에서 월나라로 원의 중심을 달린다

 

1층은 뱀이 드나들어 창고

3층은 너무 더워 비워두고

2층에 거주하는데

연립주택 같은 농가 한 집에 한 세대뿐

고향 두고 상해로 갔나, 심천으로 갔나

 

호박도 보이고 채소도 보이는

수로 옆 흙을 모아 만든 작은 밭에

가끔은 콩도 있다

물에 발 담근 갈대숲이

머리를 흔들며 콩밭을 내려본다

 

곧게 뻗은 가로세로 물길

사방 끝까지 볏논인데 도로 가에 쌓은 반듯한 둑에

꽃들이 보였다가도 풍치림 치자나무가 줄을 잇는다.

 

*원의 중심을 달린다: 수필 '기차는 원의 중심을 달린다'에서 인용.

*심천, 상해: 중국의 경제특구. 자본주의 개발경제 실험장. 중국에도 이농현상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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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항저우

 

 

*절강성 전당강

*전당강 육화탑

*고려정(조선족 식당)

*宋城千古情(항주)

*송성 민속촌

*관광지 설화說話

*오산 성황각

*서호에 눈물비 내리고

*보숙탑에는 한이 서린다

*항주 서호

*항주杭州 서호 뇌봉탑雷峰塔

*청랑을 기다리며

*서호10경

*삼담인월

*유람선 선착장

*삼담인월 석등롱

*서호 뱃놀이

*동파상東坡像

*링인쓰靈隱寺

*지척서천咫尺西天

*비래봉飛來峰

*운림선사雲林禪寺

*기다리는 것도 수양

*사람이 감히

*천왕전 위태천보살

*영은사 부처님들

*영은사 대웅보전

*김교각 스님 상

*불가사의

*진주가공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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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강성 전당강

 

저장(浙江)성은 산 70%, 물 20%, 땅 10%

인구와 지형이 한국과 닮은 깨끗한 도시

마르코폴로 동방견문록, 항주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성별 GDP는 저장성이 중국 1위

도시별 GDP는 상해, 심천, 북경을 이어

저장성의 항저우(杭州)가 4위

 

중국인은 두 가지 일에 목숨을 건다

첫째는 첸탄장 역류를 보는 것

둘째는 복어를 먹는 것

 

첸탕장(錢塘江)의 다른 이름은 저장(浙江)

항저우(杭州)를 지날 때는 갈지 자로 꺾어져

즈장(之江)으로도 부르는 데

강이름 절浙 자에는 강물이 급하게 꺾여 흐른다는 뜻이 있어

항저우(杭州) 만으로 빠지는 저장(첸탄장)은

조심스럽다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크고 바다 같은 강

성 이름도 저장(浙江)을 따랐다

 

땅에서는 중국 제일인 1,453m 첸탄장대교

위층에 자동차, 아래층에 열차

순수 중국 자본과 인력으로 건설했다고 자랑

 

지구, 달, 해가 일직선이 되는 음력 8월 18일

첸탄장 하구 100km 폭이 육화탑 부근에서는 2km

상류로 갈수록 나팔 모양으로 줄어드는 강

아마존 강 역류와 쌍벽을 이루는

높이 15m, 시속 25km(100m 선수 주행 속도) 밀물이

농담으로 목숨을 걸었던 관광객을

진짜 데려갔다고

신화통신사가 종종 보도한다.

 

 

* 신화통신사新華通訊社: 중국 국영통신사. 신화사 통신의 정식명칭. 영어표기는 New China News Agency(NC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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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강 육화탑

 

첸탄장이 항저우를 휘돌아 나가는 월륜산月輪山에

사방천지(동, 서, 남, 북, 천, 지) 힘을 빌어

첸탄장 역류를 막으려고

육화탑六和塔을 세웠다

 

970년, 북송 개보 3년 지각선사가 세운 것은

방랍의 난 때 불타고

1152년 남송 소흥 22년 승려 지담이 중건하고

1900년 청 광서 26년 목조 외층外層을 완성하여

지금은 국보로 관리한다

밖에서 보면 13층, 안에서 보면 7층

높이 59.9m 목조 8각형 13층

104개 탑 모서리에 풍경을 달았다

 

육화탑 정면 우측에 돌을 들고 얼굴 찌푸린 소년(소녀상 같으나 소년임)

고기잡이 아버지가 해일에 죽고

엄마까지 풍랑에 잃어

몹시 화가 난 소년은 날마다 강에 돌을 던졌다

용궁 지붕에 돌이 떨어져 잠을 못 자는 첸탄장 용왕이

금은보화로도 소년을 달래지 못하여

어머니를 돌려보내고

심심풀이로 아무 때나 일으키던 해일을

일 년에 한 번만 일으키기로 약속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육화의 공을 기리려고 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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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정(조선족 식당)

 

늦은 저녁 시간 아래층 위층에 예약한 한국 손님

반찬도 밥도 모자란다 해도 소식 없으면서

종업원은 종업원대로 허둥지둥

 

어설픈 그릇을 시장기로 비우고

줄지어 선 한국 관광객 버스 중에서

어느 것이 내가 탈 것인지 찾아 나섰다

 

서울 올림픽이

중국 조선족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당 간부에게 배포했다가

중국 전체 공산당 교과서로 살포한

한국 지도자 탓이다.

 

 

*등소평은 ‘흑묘백묘론’이 박정희의 총화부국總和富國 새마을이론에서 본받은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박정희 통치이론과 사례를 공산당원 및 공무원 교재로 썼다고 함.)

미국 RAND 연구소의 오버홀트(William H. Overholt) 박사는 1989년에 《중국의 부상》이라는 책에서 “등소평의 실용은 한국의 박정희 모델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개발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1992년 등소평도 남방 시찰에서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서 한국을 빨리 따라잡으라고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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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城千古情(항주)

 

송성가무쇼 공연장 간판에

宋城千古情

世界三大名秀之一

무대설치비 60억, 출연진 450명

3,000명 동시 관람 실내 무대

 

1부 항주의 빛

곡예사가 물러가면

송 건국, 태평성대 왕의 생일잔치

금빛 붉은빛 무희가 금빛 무대에 나온다

 

2부 금과 철마 전쟁

실재의 말이 악비岳飛 군사들을 태우고 무대를 달려나가고

분수가 솟아오르고

객석이 갈라지며 포차砲車가 솟아나

관중석을 향해 대포를 쏘고

 

3부 아름다운 서호, 아름다운 전설

백소정과 허선

무대가 갈라져 연꽃 핀 서호가 되고 폭포가 되고

보슬비가 관중석 뒤에까지 뿌려지고

양산백과 축영대

현란한 레이저 효과

나비 되어 승천할 때는 곡예사 묘기

 

4부 세계는 여기서 모인다

서호의 쌍절 용차호수(龍茶虎水)

일본, 인도, 대만 민속춤

대미는 한국 북춤, 부채춤, 농악

 

자막은 영어, 일어, 한국어 순으로 나오는데

관객은 중국인과 한국인뿐인 듯하다.

 

   

*악비岳飛 장군(1103-1141)

남송의 악비는 북방 여진족 금과 싸울 것을 주장하여 금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나 화평론자의 세력에 밀려 투옥 후 1141년 살해됨. 이민족 금나라에 대항한 장군으로 중국인의 영웅.

 

*서호의 사랑 이야기

1. 1000년 수련을 거쳐 사람으로 변한 백사인 백소정과 사람인 서생 허선이 보슬비가 내리는 서호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법해선사는 백소정이 뱀이라고 폭로한다. 허선이 백소정의 실체를 보고 충격으로 죽으니 백소정이 목숨 걸고 신선초를 구해 허선이 환생한다. 법해선사가 뱀에게서 구해준다고 허선을 금산사에 감금하고, 허선의 아이를 가진 백소정은 법해선사에게 패하여 뇌봉탑雷峰塔에 영원히 갇힌다. (경극 금산사)

2. 부잣집 딸 祝英臺는 공부가 하고 싶었으나 여자는 공부를 시키지 않는 시절이어서 남장으로 서원에 다니다가 가난한 梁山伯과 사랑하게 된다. 축영대는 부모님이 가문 좋은 집에 시집 보냈으나 시집에서 나와 자살하고, 양산백은 과거에 급제하여 돌아오는 길에 축영대 무덤에 갔다가 축영대의 무덤에서 나온 나비 따라 무덤에 들어가서 양산백도 나비로 환생하여 저승에서 이룬다는 사랑 이야기.

 

*龍茶虎水: 차를 재배하는 차고 깨끗한 호포천의 물과 이 물로 재배한 항주 용정차. 용정차는 짙은 향, 부드러운 맛, 비취 같은 녹색 그리고 참새 혀 모양의 잎사귀라는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어 '4절四絶'이라고 호평을 받고 있다. 용정차는 등급에 따라서 7가지로 나뉘며, 최고급, 고급 그리고 1등급에서 5등급 순으로 분류한다.

용정차는 청나라 강희제에 의해 공차로 인정받았다. 전설에 따르면, 강희제의 손자인 건륭제가 서호를 방문했을 때, 사자봉 아래에 있는 후공사에 들렀다가 이 차를 대접 받았다고 한다. 건륭제는 깊은맛에 감명을 받아, 절 앞의 차 밭에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호포천虎砲泉: 서호의 남서쪽으로 2㎞ 정도 떨어진 곳에 솟아나는 샘으로 진강鎭江의 중냉천中冷泉, 무석無錫의 혜천惠泉에 이어서 천하 제3의 샘으로 일컬어진다. 호포천의 물맛은 차고 순하며 표면장력이 강하여 용정차의 찻물로 사용하면 그 맛이 일품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호포천과 용정차를 일러 서호쌍절西湖雙絶이라고 한다. 산신령이 호랑이 두 마리를 보내 이 샘물을 파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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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 민속촌

 

항주는 남송의 도읍지

송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민속촌과 가무단으로 관광수출을 한다

 

거대한 바위산을 만들어 송성이라 불을 밝혔는데

 

송성문루로 들어가면 남송의 시장이 나온다

시장 거리는 돌로 깔아 깨끗하고

송나라 옷차림인 상인도 있었다

 

기념품과 잡화와 먹을거리

우리와는 맞지 않는 물건이라

흥정할 생각은 없었다

 

공연장과 시장을 결합한 고전 판매

민속촌 입장료 따로, 가무단 입장료 따로

민속촌 안을 한참 지나가면 송성가무단이 나온다

가무단 입장료가 한국 돈 40,000원 정도

중국 물가로 보아도 큰돈이고

3박 4일 총 여행경비 80만 원에서 보아도 큰돈이다

 

14억 인구에 관광객을 겨냥한 40,000원짜리 중국 공연장

4천만 인구에 외국인이 내국인을 겨냥한

40만 원이 넘는 표는 매진되고

2만 원짜리 한국인 예술공연은 관객이 없어 취소되는

한국이 자꾸 보인다

예술의 질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문화창달 주역이란 이름 건 방송국과 작당하여

인생을 음미하는 TV문학관도

서민들의 따뜻한 전원일기도 죽여버렸다

TV 막장 이야기가 현대인의 개성 있는 자유라고 합리화하고

어떤 죄를 지어도 용서받는다는 기막힌 전제조건

이미 사라진 시어미 서슬이나

이중 삼중 불륜 드라마에 취해

시 한 편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가

자신의 허망한 생활을 꼬집는 소설 한 편

읽은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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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설화說話

 

관광지마다 먼지처럼 많은 설화

돌 하나 바람 한 점에도

고탑古塔 이끼처럼 운치 있는 이야기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두고두고 다듬어져서

웃음 자아내며

사람 사는 일 돌아보게 하더니

오늘은 나그네 피곤을 씻어주는

관광자원이 되었다

 

우물을 판 것만 사실인 감감천

쪼갠 듯 벌어진 시검석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입 따라 달라진 이야기

동화 속의 동화

이야기가 다르면 어떠냐

이야기를 꺼낸 때부터

즐거움을 주는 보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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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성황각

 

중국 강남 4대 누각은

성황각, 황악루, 등왕각, 악양루

승려인 성황을 기리는

오산 꼭대기 성황각은 41.6m 7층 건물

성황은 재물을 내리고 비를 내리는 신이다

 

오산吳山은,

조조의 아들이 한나라 황제 자리를 찬탈하자,

유비가 자기야말로 한나라 황제라고 할 때,

자기도 오나라에서 황제라고 한

삼국시대 손권의 진터

 

밤이 늦어, 설명만 듣고 지나쳐야 했던 만여 명이 2년간

항성 시가지와 서호 전설을 새기고 그렸다는

1층에 세로 3.65m, 가로 31.5m 화폭에

가옥 1,000여 채와 인물 3,000여 명이나 되는

남송항성풍정도南宋杭城風情圖와

2층에 소동파, 백거이 시인 등 28명과

큰 사건 11개의 조각상

 

성황각에 오르면

항주 시가지를 전망하고

왼쪽에 서호, 오른쪽에 전당강을 본다는데

바깥벽 난간을 따라 돌며 사방을 보아도

비 오는 밤 낯선 곳은

큰 건물의 테두리 불빛만 보이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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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에 눈물비 내리고

 

뇌봉탑雷峰塔에 갇혀 허선許仙을 못 잊는

백소정白素貞의 눈물, 서호에 이슬비로 내린다

백소정의 사랑이 안타까워

소동파도 서호도 어깨를 들먹인다

 

천 년 도를 닦은 백소정의 눈물에 옷을 적시며

서호에 배 띄우고 살풀이를 벌여라

백사가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를 누가 만들었느냐

사람이 뱀보다 착하다고 누가 말했느냐

 

사랑을 갈라놓는 선사禪師도 있다지만

사랑을 찾아주는 소청도 있다

노력해도 깨어진 현실의 푸른 꿈

어제도 오늘도 하늘의 뜻이더냐

백소정의 눈물로 서글픔을 씻어라

꿈을 놓지 마라, 소청이 온다

 

소동파도 비를 맞으며

소청小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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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정白素貞: 백사전白蛇傳에 나오는 천 년 묵은 백사.

*소청小靑: 백사전에 나오는 천 년 묵은 청사.

*백사전白蛇傳: 중국 항저우를 배경으로 한 백사 전설을 1736년에 경극의 희곡으로 만든 것. 백사전을 금산사와 단교정으로 나눈 것도 있다.

1) 금산사: 백랑白娘과 그의 시녀인 청아靑兒(靑蛇의 요정)가 水族軍을 이끌고 金山寺에 갔다가 法海禪師에게 패하는 과정의 경극京劇 이름.

2) 斷橋亭: 임신한 백랑이 허선과 화해할 때까지의 경극 이름.

 

옛날 중국 아미산에 수천 년 동안 도를 쌓은 두 마리 뱀이 있었다. 백사白蛇 백소정白素貞과 청사靑蛇 소청小靑은 인간 세상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아름다운 두 여인으로 변신해 항주杭州 서호西湖에서 놀았다.

 

아름다운 서호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서호의 단교斷橋에 이르러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게 되었다. 허겁지겁 버드나무 아래로 비를 피한 그들에게 허선許仙이라는 젊은 남자가 우산을 주고 갔다.

 

허선은 성묘하고 돌아가다가 버드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는 두 여자를 보고는 자신의 우산을 빌려주고 배까지 불러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때 백소정은 허선에게 연정을 품게 되는데, 우산을 되돌려 주는 것을 빌미로 허선을 초대한다.

 

다음 날 허선은 백소정의 집을 찾아 호숫가의 홍루紅樓로 가게 된다. 백소정은 고맙다고 얘기하면서 은근히 그의 가족 사항을 물어서 알아내고는 허선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했다. 소청의 입회하에 천지에 예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은 그들은 약방을 차리고, 많은 사람의 병을 돌봐주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진강鎭江 금산사金山寺의 승려 법해法海는 도력이 높은 법사이기도 했는데, 그는 백소정이 천 년 묵은 요괴인 줄 알고서 사람을 해칠 것을 두려워하여 허선에게 허선의 아내가 천 년 묵은 요괴라는 경고를 한다. 믿지 않는 허선에게 법해는 단오절에 웅황주雄黃酒를 먹이면 천 년 묵은 요괴의 정체가 드러난다고 일러준다.

 

이곳에서 단오절에 사악함을 물리쳐 준다고 믿으며, 웅황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백소정과 소청은 허선의 책략으로 웅황주를 마시게 되는데, 결국 정체가 드러나 허선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죽게 된다.

 

웅황주의 충격에서 깨어난 백사 백소정은 허선이 죽은 것을 보고 놀라서, 선산으로 영지를 구하러 간다. 죽음을 각오하고 선산을 지키는 신선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다가, 백소정의 진심에 감복한 남극선옹은 영지초를 주면서 허선을 구하게 한다.

 

다시 살아난 허선은 백소정의 재치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법해는 허선을 금산사에 감금해 요괴와 격리한다. 백소정은 소청을 데리고 가서, 법해와 싸우지만 도력이 높은 법해에게 패하고 만다. 허선은 작은 스님의 도움으로 금산사를 탈출하여 단교에서 백소정을 만난다. 여기서 백소정은 자신이 천 년 묵은 뱀이라고 고백하지만, 허선은 아내의 진심을 알고서 그녀를 받아들인다. 집에 돌아와 백소정은 아들을 낳게 되는데, 백일째 되는 날 법해가 찾아와 백소정을 서호 바깥의 뇌봉탑雷峰塔 아래에 가두고 봉인하여 놓는다.

 

소청은 아미산에서 도술을 연마해서 법해를 이기고 백소정을 구출해 낸다.

 

 

*소동파(蘇東坡, 1036.12.19~1101.7.28)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주요작품 《적벽부(赤壁賦)》

메이산(眉山, 지금의 四川省) 출생. 자 자첨子瞻, 호 동파거사東坡居士, 애칭愛稱 파공坡公 ·파선坡仙, 이름 식軾. 소순蘇洵의 아들이며 소철蘇轍의 형으로 대소大蘇라고도 불리었다. 송나라 제1의 시인이며, 문장에 있어서도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22세 때 진사에 급제하고, 과거시험의 위원장이었던 구양수歐陽修에게 인정을 받아 그의 후원으로 문단에 등장하였다.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이 실시되자 ‘구법당舊法黨’에 속했던 그는 지방관으로 전출되었다.

천성이 자유인이었으므로 기질적으로도 신법을 싫어하였으며 “독서가 만 권에 달하여도 율律은 읽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일이 재앙을 불러 사상 초유의 필화사건을 일으켜 서울로 호송되어 어사대御史臺의 감옥에 갇히게 되었으며, 이때 나이 44세였다. 심한 취조를 받은 뒤에 후베이성(湖北省)의 황주黃州로 유배되었으나, 50세가 되던 해 철종哲宗이 즉위함과 동시에 구법당이 득세하여 예부상서禮部尙書 등의 대관大官을 역임하였다.

황태후皇太后의 죽음을 계기로 신법당이 다시 세력을 잡자 그는 중국 최남단의 하이난섬(海南島)으로 유배되었다. 그곳에서 7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던 중, 휘종徽宗의 즉위와 함께 귀양살이가 풀렸으나 돌아오던 도중 장쑤성(江蘇省)의 상주常州에서 사망하였다. 그는 폭넓은 재능을 발휘하여 시문서화詩文書畵 등에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며 좌담座談을 잘하고 유머를 좋아하여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으므로 많은 문인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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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숙탑保叔塔에는 한이 서린다

 

전사한 시동생을 위로합니다

서호 맑은 물에 한을 씻으세요

하루 세 끼 때우기도 어려운 현실에

논을 사고 밭을 살 돈으로 탑을 세웁니다

돈을 받고 내 남편의 병역을 면제했으면

시동생이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형 대신 징병 나간 시동생은 말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집사람 데리고 살고 싶습니다

폐하, 이번에는 무엇이 빌미입니까

하느님, 건장한 피가 또 필요합니까

 

전사한 원혼이 빗속에 중얼거립니다

권력으로도 평등을 허물지 못하는 의로운 나라가

내 몫을 지키려는 전쟁

그것이 남에게도 정의로운 내 몫입니까

 

아레스Ares는 오늘도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젊은 피를 짜내어 신전에 덧칠하고

보숙탑에는 비가 내립니다.

 

 

*Ares: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인데 헤파이스토스는 불구에 못생겼고 아레스는 미남이긴 하지만 신이라 하기엔 그 자질이 너무나 모자랐다.

아레스는 전투의 정령精靈, 잔인한 전쟁과 학살의 혐오스러운 측면을 상징한다. 전투에서는 그의 누이인 에리스(분쟁), 아프로디테가 낳은 그의 아들들인 포보스(공포), 데이모스(참패) 등이 그를 따랐다. 또한, 그와 관련된 전쟁의 신이 2명 있었는데, 사실상 아레스 자신과 동일한 에니알리오스와 그의 여성 짝인 에니오가 그들이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인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이에서 데이모스와 포보스, 하르모니아가 태어났다고도 한다. 아레스는 케크롭스의 딸인 아글라우로스와의 사이에서 알키페를 낳았다. 창, 칼, 방패, 놋쇠 갑옷, 전차, 독수리가 아레스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헤파이토스는 기술, 대장장이, 장인, 공예가, 조각가, 금속, 야금, 불의 신이다.

 

같은 전쟁신인 아테나가 전략과 방어를 중시하는 것과는 반대로 아레스는 전쟁의 광란과 학살, 파괴적인 측면을 상징하였는데, 호전적인 성격과 사나운 성미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신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전투가 벌어지는 곳마다 네 마리의 군마가 끄는 전차를 타고 나타나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러 적군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아레스는 체구가 크고 전쟁을 좋아하지만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 대부분의 전쟁에서 패배하였다. 트로이 전쟁에서 헥토르의 편에 서서 그리스군과 싸울 때 디오메데스에게 상처를 입고 쓰러지기도 하였고, 알로아다이에게 13개월 동안 항아리에 갇히기도 하였는데, 그와 관련한 신화와 활약이 이처럼 많지 않은 이유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아테나와 달리 호전적인 그의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 헤파이스토스는 그의 외모와 불구 때문에 아내가 없었지만, 올림포스 신들 중 최고의 손재주를 지녔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티탄족과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제우스는 티탄족을 무찌를 수 있게 해주는 자에게 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 번개를 만들어 제우스에게 바치고, 제우스는 그에 대한 대가로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맺어 주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가 대장간 일을 핑계로 아프로디테와 함께하지 않자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밀회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지켜본 태양신 아폴론이 헤파이스토스에게 이 사실을 밀고하자, 헤파이스토스는 청동을 가늘게 늘여서 짠 그물을 만들어 아프로디테의 침대에 쳤다. 이것을 모르고 아레스와 밀회를 즐기던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를 보자 아레스와 함께 자리를 피하려 하지만 그물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여러 신에게 망신을 당하였다. 포세이돈이 두 사람을 풀어주라고 설득하자 헤파이스토스는 아레스가 보상을 하겠다는 포세이돈의 보증을 받고 두 사람을 풀어준다.

 

호전적인 성격임에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아레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다. 아프로디테는 아레스와 함께 그녀의 남편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피해 자주 밀회를 즐겼다. 헤파이스토스가 미리 설치한 그물에 걸려 다른 신들로부터 망신을 당한 일이 있은 후에도 계속 교제를 하였다. 서로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였는데,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에게 반하자 아레스는 멧돼지로 변하여 그를 받아 죽이고, 아프로디테는 에오스가 아레스를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가 사랑하게 되는 인간은 모두 죽는 저주를 내린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와의 사이에서 공포를 뜻하는 포보스와 두려움을 뜻하는 데이모스, 에로스, 하르모니아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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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 서호

 

 

중국 제일의 호수, 항저우 시후(西湖)

2500년 전 월 나라 수도 항주 서쪽에 있어서

서호라 한다

해가 나도 비가 와도 아름다운 호수가

월 나라 저라산苧蘿山 서시西施 같다고

서자호西子湖라 한다

둘레 6-7km, 최고 수심 3.5m, 평균 수심 1.8m

남쪽 오산吳山과 북쪽 보석산寶石山 사이

전당강 만에 퇴적되던 토사가 2000년 전에 만든 호수

은하계의 옥룡과 금봉이

보석을 가지고 놀다가 떨어뜨려 생긴 호수

 

1산은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 안의 孤山

3제는 방파제인 소제, 백제, 양공제

3도는 인공섬 호심정湖心亭, 완공돈阮公墩, 소영주小瀛洲

섬 안에 네 개 호수가 있고

앞에 석등을 둔 小瀛洲(샤오잉저우)는

중국 강남수상원림江南水上園林의 전형

5호는 바이티(白堤)와 수티(蘇堤)로 나누어지는

와이시호(外西湖), 시리호(西里湖),

베이리호(北湖), 난호(南湖), 웨호(岳湖)

3제 중 소제와 백제 2제만 말하기도 하고

5호 중 외호, 내호 2호만 말하기도 한다

 

3금禁은 화장실, 수영, 낚시

3허許는 연꽃, 진주 양식, 양어

유람선도 노를 젓거나 전기로 운행

바닥에 펄뿐인 호수 수질을 지키고

수영 중 발이 펄에 닿아 익사함을 막는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

흐린 날보다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보다 눈 오는 날이 더 좋다는 서호

물결이 문지방에 찰랑대는 소영주 누각

수면에는 가냘픈 석등 세 개가 꾸벅꾸벅 졸고

무너진 탑 자리에 세운

구탑보다 웅장 화려한 뇌봉탑도 피곤한 기색이다

 

길을 내듯 호수를 가로지른 소제

버드나무 촉촉이 젖은 둑을 걸어

여러 개의 선착장에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

서호십경西湖十景 보다 이태백의 뱃놀이가 좋아

낙엽 같은 쪽배에 이태백인가 하여 기웃거린다.

 

  

*소제蘇堤 : 북송 때 소동파가 1089년 항주 태수로 있을 때 서호에서 파낸 흙을 이용하여 만든 길이 2.8Km 제방이다. 소동파를 기리기 위하여 소공제蘇公堤라고 불렀다.

*백제白堤 : 서호 제방 중 제일 오래된 제방으로 백거이(772~846)가 항주 태수로 있을 때 쌓은 제방으로 후세 사람들이 백거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백공제白公堤라고 불렀다.

*양공제楊公堤: 명나라 때 항주 知府 양맹영楊盟瑛이 1508년 파낸 흙을 이용하여 쌓은 제방으로 2003년에 다시 건설되었다.

 

*소영주: 삼담인월이라고도 함. 1607년 건설된 인공섬으로 서호에서 제일 크며 섬 안에 다시 작은 호수가 4개 있다. 소동파가 건설한 탑을 모방하여 섬 남쪽 끝에 3개의 석탑을 만들어 세웠다

*호심정: 1552년에 건설된 인공섬으로 청나라 건륭황제가 쓴 충이蟲二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

*완공돈: 1809년 절강순무 완원이 만든 인공섬으로 제일 작은 섬이다.

 

*수영 금지: 서호 진흙에 빠져서 익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 함.

 

*서호십경

소제춘효蘇堤春曉; 서호 서쪽, 송대 소동파가 만 든 소제의 봄.

곡원풍하曲苑風荷; 서호 서북쪽. 남송 때 술을 빚 는 공장의 술 냄새와 연꽃 향기가 바람 에 날림.

평호추월平湖秋月; 서호 북쪽에 있는 백제의 남서 쪽 끝에 있는 전망대에서 가을 달 구경.

단교잔설斷橋殘雪; 당나라 백거이(772-846)가 만 든 백제 북동쪽 끝 단교에 눈이 녹아 다 리가 끊어진 듯함.

유랑문앵柳浪問鶯; 공원 동남쪽 산책 광장 버드나 무 사이에 꾀꼬리 소리.

화항관어花港觀魚; 서호 남쪽 정원, 화가산 물이 호수로 들어가는 곳으로 남송 때는 관사 언의 개인 화원에서 보는 물고기와 모란.

삼담인월三潭印月; 소동파 시절의 탑을 모방하여 1607년(또는 1621년)에 세운 물 위 2m 높이 탑 세 개에, 탑마다 5개 구멍을 낸 석등에 불을 켰을 때 소영 주에서 보는 경치. 월광담月光潭으로도 부 르는 삼담은 북송北宋 때인 1089년 항주 태수였던 소동파蘇東坡가 호수에 석탑 세 개를 세우면서 이름이 생겼다.

쌍봉삽운雙峰揷雲; 남고봉과 북고봉 사이의 골짜 기 구름.

남병만종南屛晩鐘; 서호 남쪽 남병산 정자사 저녁 종소리.

뇌봉석조雷峰夕照; 서호 남쪽 끝 석조산 뇌봉탑에 내리는 석양.

 

 

 

*음호상초청후우吟湖上初晴後雨

(서호에 맑은 후 비 옴을 노래함)

소동파

 

수광염령청방호水光瀲豔晴方好

산색공몽우역기山色空濛雨亦奇

욕파서호비서자欲把西湖比西子

농장담말총상식濃粧淡抹悤相宜

 

물빛이 반짝거려 맑은 날이 좋더니

비 오는 날엔 안개 자욱하여 기이하네

서호를 서시에 비기고 싶은데

짙은 화장도 옅은 화장도 잘 어울리는구나

 

 

*신서호십경

운서죽경雲栖竹徑, 만롱계우滿籠桂雨, 호포몽천虎泡夢泉, 용정문다龍井問茶, 구계연수九溪煙樹, 오산천풍吳山天風, 완돈환벽阮墩環碧, 황용토취黃龍吐翠, 옥황비운玉皇飛雲, 보석류하寶石流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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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杭州 서호 뇌봉탑雷峰塔

 

 

975년 북송시대 오월국 왕 전홍숙錢弘俶이

총비寵妃 황黃씨가 태자 낳은 것을 경축하려고 세웠다고

황비탑黃妃塔으로도 부르고

성의 서관西關 밖에 있다고

서관전탑西關塼塔으로도 부른 뇌봉탑

 

명 가정제嘉靖帝 때 왜구가 불을 질러 탑신만 남았다가

탑신을 약으로 쓴다는 미신과 도굴꾼의 손에 붕괴되더니

신탑 일 층 밑에 허물어지다 남은 원탑의 기초를 보존하고

2002년 완공한 8각 5층 71.67m 뇌봉탑

원탑 모양을 살렸다는데 원탑 사진과는 너무 다르다

 

한백옥석 난간에 구리 기와를 처마에 얹어

탑 끝을 금으로 칠하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놓았다

 

잃었던 서호십경 으뜸 뇌봉석조를

금빛 첨탑에 눈부시게 살린

항주인의 자랑거리 서호가

굴뚝 없는 돈벌이에 나섰다

 

신탑을 만들어 구경꾼의 눈에 맞추면서도

원탑의 잔해까지 관광자원으로 쓰려고

원탑의 형상을 전시하는 지혜

 

돈과 겉모양만 따라가는 시대에는

신탑만 입과 귀에 남을 것

돈벌이가 눈에 뜨이지 않는가

어차피 만물은 변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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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을 기다리며

 

한 가지만 더 알았어도 냄비를 태우지 않았고

조금만 서둘렀어도 차를 탔을 거라 하면서

낭패가 있기 전에는 누구나 다 몰랐다 한다

 

거의 다 만든 남루한 외출복

감쪽같이 없어졌다

어느 세월에 다시 만들까

문 걸어 잠그고 매달려도 머리가 하얗고

밥도 먹어야 하고 공과금도 내야 하고

쭈그려 앉아 바느질에 매달리면 구박만 받을 텐데

 

이따금 만나는 낭패를

살아가는 재미라 하자

그렇지 못하면 미치지

미친 사람은 행복할 거라는데

미쳐서 행복하기보다는 불행한 게 좋지

 

백랑은 청랑을 기다렸을까

백랑은 청랑이 갇히거나 죽었을 거라 믿었겠지

낭패를 넘는 것이 사는 재미야

낡은 헝겊에 귀 없는 바늘을 들고라도

청랑을 기다리자.

 

   

*백랑, 청랑: 경극 백사전에 나오는 백소정을 백랑, 소청을 청랑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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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10경

 

중국에 서호가 300개에서 800개

서호마다 수면에 흔들리는 달이 아름답고

안갯속에 강태공이 신선인양 앉았을 텐데

항주 서호10경은 사람마다 다르구나

 

남송시대 화단의 선비들이 뽑은 서호10경은

소제춘효, 곡원풍하, 평호추월, 단교잔설, 유랑문앵,

화항관어, 삼담인월, 쌍봉삽운, 남병만종, 뇌봉석조

 

1984년 항주일보가 선정한 신서호10경은

운서죽경, 만롱계우, 호포몽천, 용정문다, 구계연수,

오산천풍, 완돈환벽, 황용토취, 옥황비운, 보석류하

 

2007년 항저우시가 선정한 신서호10경은

영은선종, 육화청도, 악묘서하, 호빈청우, 전사표충

만송서연, 양제경행, 삼대운수, 매오춘조, 북가몽심

 

서호10경 홍보에 온갖 머리를 짜내도

시인의 시 한 수보다 못하다

 

소동파蘇東坡는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아름답다 했고

위원魏源은 비 오는 날도 좋지만

눈 오는 날이 더 좋다고 했다

삼담인월 석등롱에 불 켜면 하늘의 달을 찾지 않고

서호에는 단교부단, 장교부장, 고산불고라고 멋을 부린다.

  
 

 

*2007년 저장성 항주에서 열린 제9회중국항주서호박람회 개막식에서 항주시위 왕국평 서기가 중국에서 역대 세 번째로 선정한 "신서호십경新西湖十景"

영은선종(灵隐禅踪, 영은사), 육화청도(六和听涛, 육화탑), 악묘서하(岳墓栖霞, 악왕묘), 호빈청우(湖滨晴雨, 호빈로), 전사표충钱祠表忠, 만송서연万松书缘, 양제경행杨堤景行, 삼대운수三台云水, 매오춘조梅坞春早, 북가몽심北街梦寻

 

*위원魏源의 서호야유음西湖夜遊吟

맑은 호수는 비 내리는 호수만 못하고,

비 내리는 호수는 달빛 호수만 못하고,

달빛 호수는 눈 내리는 호수만 못하다.

 

위원은 항주 출생(1974-1856) 중국 금문학파今文學派 대표자. 우리나라 유길준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해국도지海國道志 저자.

 

*서호의 3대 아이러니

斷橋不斷: 백사전 단교잔설에 나오는 백제 동북쪽 끝 부분 아치형 다리는 윗부분이 녹은 눈 때문에 끊어진 듯하지만 끊어지지 않았음.

長橋不長: 양축의 장교애련에서 6.8m 다리를 연 인들이 번갈아 바래주다가 하루가 걸렸 다는 짧은 다리.

孤山不孤: 시인 임포(林逋, 967~1028, 매화시인) 가 세상을 등지고 매화와 학을 벗으로 살았던 외진 곳이 지금은 서호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 임화정집 4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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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담인월

 

섬 안에 호수를 가졌다는 소영주가

호상3도湖上三島 중 가장 큰 소영주가

남북으로 곡교曲橋, 동서로 토제土堤가

섬 안의 호수를 가로질러

7핵타르 섬이 하늘에서 보면 밭 전田 자로 보이는

소영주가 삼담인월(산탄웨이)로 불리는 까닭은

 

명나라 전당(항주의 옛 이름) 행정장관 섭심탕이

1607년 호수의 진흙으로 섬 주위에 제방을 만들어

호수 안의 호수가 되고

1621년 섬 남쪽에 소동파 시절의 석탑 3개를 세우고

삼담이라 하였더니

강희제가 삼담인월롱에 취해

삼담인월 넉 자를 썼기 때문이다

 

섬에는 개망정, 정정정, 강희어비정, 아심상인정이 있는데

강희제 친필 삼담인월을 돌에 새겨 강희어비정에 세웠다

 

보름달 밝은 밤 석등에 불을 켜면

구멍 다섯인 석등롱石燈籠 세 개에서 열다섯 개

수면에 비치는 석등롱 불빛 열다섯 개

하늘에 하나

술잔에 하나

사랑하는 사람 눈에 하나, 서른세 개

물 위에 비친 하늘의 달

영은사 스님 대머리에 비친 달

내 마음의 달까지

달빛 달빛 서른여섯 개 달빛

 

삼담三潭에 출렁이는 은빛 비늘

서호 아득히 물인지 하늘인지

달빛 푸르게 물드는 임 그림자

달빛 묻은 술잔에 입술 떼면

임의 얼굴은 서른세 개 달보다 고운 달

하늘에 뜬 달을 찾지 않는다.

 

 

 

*영주: 봉래, 방장과 함께 예로부터 신선이 산다고 알려진 곳.

 

*"중국 정원 내 다리 중 구곡교가 많은 것은 똑 바로만 가는 강시 같은 중국 귀신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다"

 

*삼담인월三潭印月: 삼담영월三潭映月이 항주 사람의 발음 영향으로 삼담인월로 고착.

삼담은 소영주 남쪽의 서호를 일컫는 이름으로 소영주 남쪽 끝에 아심상인정我心相印亭이 섬의 남쪽을 바라보고 수평으로 길쭉하게 지어져 있다. 이 정자에서 보면 소영주 남쪽의 잔잔한 서호, 삼담三潭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월광담月光潭이라고도 불리는 삼담은 북송北宋 때인 1089년 항주 태수였던 소동파蘇東坡가 호수에 석탑 세 개를 세우면서 이름이 생겨났다. 석등롱은 수면에서 2m 높이.

 

*개망정開罔亭: 탕임금의 그물은 짐승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그물의 세 면을 모두 열어놓았다는 '망개삼면網開三面'에서 나온 말.

*정정정亭亭亭: 현판의 글자는 각기 예·초·해서체로 씌어 있다.

*아심상인정我心相印亭: Do not speak. But feel it in your heart.(彼此意會 不必言說). 이심전심.

*강희어비정康熙御碑亭

 

*명나라 張岱의 서호십경 중 삼담인월

湖氣冷如氷 月光淡于雪 호기냉여빙 월광담우설

肯棄與三潭 杭人不看月 긍기여삼담 항인불간월

호수 기운은 얼음처럼 싸늘하고

달빛은 눈보다 맑고 깨끗한데

삼담에 기꺼이 (달빛을) 던지니

항주 사람들은 (하늘의) 달을 보지 않네

 

*명明나라 시인 장녕張寧의 시

"명월이 창해에 떠 삼담三潭을 밝게 비추네.

밤배에서 노래 들리고 사람은 거울 속을 거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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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선착장

 

하늘만 가린 쪽배들 뱃놀이가 한가롭다

큰 배는 왕후장상이 무리지어 탔을 것이고

노를 젓는 쪽배는 이태백이 술병 들고 탔을 것이다

 

소제에서 물에 뜬 배를 유심히 살펴도

이태백이 술잔을 들었는지

가인이 거문고를 켜는지 알 수 없고

쪽배 너머 정자 바닥에 물만 찰랑찰랑

 

단체 손님 태우는 유람선도 가지가지

황색 용머리에 이 층 누각 연회용 배도 있고

이삼십 명, 사오십 명 시골 장마당 같은 배도 많다

 

배보다 사람이 많아

승선표를 사려고, 선착장을 찾으려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몰려다닌다

소제춘효 경승지 가로수 사이로

우산을 폈다 접었다 가을비 하염없는데

장터처럼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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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담인월 석등롱

 

양어장 부표인가 진주조개 양식장인가

는개 멀리 아득히 줄지어 흔들리는 검은 낚시찌

 

연변 아가씨는 중국 지폐 1위안에 나오는

삼담인월 석등롱이라는데

 

가까이 가니

한 줄로 선 것도 아니고

물풀처럼 흔들리지도 않는다

1,000년을 그 자리, 도를 닦는

남병산 정자사 동자승 셋이다

 

어깨에 물이 찰랑찰랑

머리에 조롱박 탑 모자

얼굴에는 눈만 뚫어져

서호 눈비 맞으며 고행 중이다

 

수중에 잠긴 몸채는 두고

어깨에서 모자 끝까지 일곱 자라는데

찬찬히 보아도 일곱 살 동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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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뱃놀이

 

종이 한 장으로 하늘 가린 쪽배에

흔들리는 양귀비가

시를 읊는가, 노래를 하는가

 

사공이 보면 양귀비 얼굴에 검버섯이 피는지

현종玄宗이 돌아앉으라 했다고

오늘도 사공은 돌아앉아 노를 젓는다

 

우산을 펴고 접고 소제 둑 가득

양귀비를 부르는 사람들

서씨를 찾는 사람들

 

나는

분홍색 드레스dress 집사람과

눈 내리는 1산3도

흔들리는 낙엽 하나.

  

 

*양귀비: 시와 노래에 뛰어났음.

*당 현종의 황명이 있은 후 서호 사공은 지금도 돌아앉아 노를 젓는다 함.

*1산3도: 서호 안의 섬. 고산, 호심정, 완공돈, 소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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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상東坡像

 

 

대시인이 비를 맞으며

생전의 고생을 잊고 웃으십니다

 

서호 진흙보다 험한 정치에 발 넣어서

귀양과 복권을 거듭하여 배 곯다가

마지막 상경길에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11세기에 왕안석 신법 폐단을 파헤치셨으나

21세기에도 왕안석 신법 기조가 팔팔합니다

 

허실이 있는 구법을 계속해서도 안 되고

신법도 운용이 서툴면 구법보다 해롭고

선비는 제 한 몸 추슬러 눈 감아도 안 되고

 

선생께서

시서화詩書畵에 자유분방이 최고라 하심에는 말이 없는데

행복을 골고루 나누는 방법에는

정반합 투쟁이 그치지 않습니다.

 

   

*서호 진흙: 서호 수영 금지 이유는 진흙에 빠져 익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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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인쓰靈隱寺

 

 

한때는 전당錢塘, 임안臨安으로 불렀던 항주에

326년(東晉 시대) 인도 승려 혜리慧理가

선령소은仙靈所隱 터라고

석가가 수행한 천축국 영취산 봉우리 같은 산이라고

그 산과 개울을 두고 마주 보는 곳에 절을 세우고

선령소은에서 이름을 따 영은사라 하였다

 

인도 마드라스 부근 칸치푸람 사람 달마대사가

중국 샤오린쓰(少林寺)에서 시작했다는

선종 10대 사찰 중의 하나인데

크기로 보아 중국에서

냑양 백마사와 쑹산(嵩山) 소림사 다음이고

창건 연도는 소림사보다 176년 앞선다

 

영은사 공원 길에 중국 각지 유명 부처를 베껴놓고

비래봉 209m 석회암 산 아래

혜리를 기리는 이공지탑理公之塔을 지나

338불을 지나 개울이 나온다

 

공원 입구에 장쩌민(江澤民)이 쓴

영은사라는 현판이 있어도

영은사 천왕전에는

운림선사란 편액을 걸었다

 

절 마당에는 비가 찔끔거리는데

가슴까지 오는 큰 향로에

회초리 단 같은 향 뭉치를 사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천축국 영취산: 석가가 설법하였다는 산.

*뤄양(洛陽) 바이마쓰(白馬寺): 東漢(後漢) 明帝 永平 11년(AD68) 건립하였다. 가섭마伽葉摩, 축법란竺法蘭 등이 불상과 경문을 싣고 중인도에서 뤄양(洛陽)으로 들어오자, 명제는 크게 환영하여 뤄양성의 서옹문 밖에 정사를 지어 거주하게 하였다. 이 절의 이름을 백마사百馬寺라 하였으며, 이것이 중국 최초의 불교사원이었다. 한(漢, 기원전 206년 ~ 기원후 220년)은 진 이후의 중국 통일 왕조이다. 洛陽시 동쪽 12km, 숭산 소림사에 가려면 백마사를 지나간다.

*쑹산(嵩山) 샤오린쓰(少林寺):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 덩펑 현(登封縣)의 서북 쑹산(嵩山)에 있는 절. 선종 시조 달마대사가 496년 창건, 중국 선종 본산. 496년에 북위의 효문제가 발타선사跋跎禪師를 위해서 건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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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서천咫尺西天

 

영은사 광장 조벽照璧에 지척서천

극락은 먼 나라가 아니다

 

불행이 내 목을 잡고 있어도

분수를 알고 만족하면 그때 그곳이 극락이다

 

내가 가진 것도 과분하다

가져온 것도 가져갈 것도 없다

 

죽은 부처에 시주하지 말고

쌀 한 톨 따뜻하게 산 부처에게 시주하라

 

가까운 부처는 내 이웃이다

행복한 이웃은 나를 해치지 않는다.

  

 

*照璧: 품위 있는 건물 담이나 벽에 노란색을 칠함. 황제가 다녀간 표시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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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래봉飛來峰

 

 

혜리가 천축국 영취산이 날아온 것 같다고 해서

혜리가 고향의 산이 날아온 것 같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천성 아미산 바위가 날아온 것이라 해서

비래봉이라 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술과 개고기에 빠진 제공 스님을

속세에서 이수원이라 불렀다 하던가요

남루한 의복에 찢어진 부채나 들고 다니면서도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해결해 주었으나

어느 날 어느 때에 돌산이 마을에 떨어진다는 말만은

아무도 믿지 않아

그날, 혼례 준비하는 마을 처녀를 업고 달렸습니다

 

마을 남녀노소 모두가 죽일 놈의 스님을 쫓아간 사이

바위산이 마을을 덮었으니,

비래봉 덕분에 존경받으며

술과 고기를 배 뚜드리며 실컷 먹어서

배가 볼록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제공 스님이

이웃의 백팔번뇌를 모두 먹어서 그렇답니다

 

석회암 산 비래봉이 또 어느 마을로 날아갈지 몰라

부처님의 무게로 눌러두려고 지표와 동굴 안에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470여 부처님을 모셨는데

중생이 부수고 문화혁명으로 깨트리고 남은 것이

330불, 380불이라는 말이 있으나

지금도 조각하는 것이 있다 하니

연변 처녀가 말한 338불로 기억하겠습니다.

 

 

*비래봉 석굴 안에 활불 제공이 개고기를 삶아 먹던 부엌이며 먹다 남은 개 머리가 걸려 있는 바윗돌이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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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선사雲林禪寺

 

 

중국 땅을 가장 크게 넓힌 강희제(淸 康熙皇帝)가

항주 순시 중 영은사에 갔을 때

영은사 주지 스님이 편액을 부탁했더니

숙취가 가시지 않은 황제가

신령령 자 위층인 우雨 자를 너무 크게 써서

중간층에 구口 자 세 개와

아래층에 무巫 자를 그대로 쓰면 웃음거리

 

황제는 실수가 없는 하늘의 아들이니

현판을 다시 가져오라고도 못하고

하는 수 없이 그 아래 운云 자를 쓰고

운림선사로 마감했다

낭패를 보이는 주지 스님에게 황제 말씀은

구름이 숲을 이루어 신령을 만든 절이로다

신도들 향불이 구름처럼 일 것이다

 

황제가 쓴 편액이라

입구인 천왕전에 운림선사라고 걸어놓고

사람들은 아직도 영은사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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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도 수양

 

 

명나라 시조 주원장이 고아가 되어

동자승으로 천왕전 청소를 할 때

사천왕의 발을 빗자루로 툭툭 치며

다리를 들어라

 

사천왕에게 명령하는 인간이라니,

기가 차서 보니 보통 인간이 아니구나

얼떨결에 발을 들었는데

잘 밟고 있었던 악귀들은 달아나고

주원장은 바닥을 쓸고는 말없이 가버렸다

 

언제 주원장이 오려는지

한쪽 다리를 내리지 못한 사천왕들은

기약없는 윤허를 기다린다.

 

 

*주원장은 중국 동부해안에 있는 호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6세에 고아가 되었다. 평양에 있는 황각사皇覺寺에 입문하여 탁발승托鉢僧이 되어 허베이(河北:난징에서 서쪽으로 약 128㎞ 떨어져 있음) 지방과 그 일대를 떠돌아다녔다.

절에서 청소와 심부름을 할 때 가장 힘든 일이 사천왕상의 다리 사이 먼지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주원장이 황제가 된 후 모든 절의 사천왕상은 청소하기 좋도록 반드시 한 발을 들도록 명령했다고 하니 이는 사천왕상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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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감히

 

영은사도 한산사도 사천왕들

현 없는 비파

칼집 없는 칼

여의주 없는 용

살 없는 우산을 들었다

 

소리 내지 못하는 비파

자기에게 짐이 되는 칼

도술을 부리지 못하는 용

펴지 못하는 우산

 

천하 악귀를 다스리는 사천왕도

허점虛點이 있다고

신은 용서를 가르치는데

 

사람은 사람의 허물을

신의 이름으로 부풀려 단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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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전 위태천보살

 

 

 

정문 미륵보살은 웃으며 참배자를 맞이하고

 

왜?

 

뒷문 위태천보살은 눈을 부라리며 참배자를 노려본다

 

왜?

 

 

 

*위태천보살은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인데, 질병귀疾病鬼가 부처님 치아를 훔쳐서 달아나자 빨리 그를 뒤좇아 되찾아 놓았다는 속설이 있어서, 잦은 문화재 도난 사건과 보살상의 표정을 우스갯소리로 한 것.

 

*경전마다 사천왕의 지물持物이 다르기도 하지만 흔히 보이는 사천왕의 지물.

동방지국천왕: 비파를 들고 중생을 즐거운 세상으로 인도함.

남방증장천왕: 금강검으로 중생의 번뇌를 깬다.

서방광목천왕: 깨어 있으라고 눈을 크게 뜨고, 용과 여의주로 선한 자에게 상을 내린다.

북방다문천왕: 경전을 보관하는 보탑과 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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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사 부처님들

 

 

대웅전 안 석가모니 좌상 높이는

24.8m라는 말, 19.6m라는 말

부처님 귀가 2m라는 말, 1.3m라는 말이 있으나

1956년 절강미술대학교 교수와 예술인들이

24개 벌레가 먹지 못하는 향장목香樟木 조각을 붙이고

44kg 금으로 도금했다는 데는 다른 말이 없다

 

인연은 끝없이 윤회하기에

오백나한당五百羅漢堂 나한 배치는 卍 자이다

한 위마다 동銅 1톤으로 주조했다는

나한 표정이 모두 다른 것은

저마다 다른 고뇌가 있음이고

나한전 문턱을 넘어서

자기 나이만큼 걸어서 만나는 나한이

미래 자기의 고뇌라 하기도 하고

전생의 자기라고도 하고

그 나한에게 합장 배례하면 복을 받는다고도 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도 한다

 

일광보살 월광보살은 물에 젖은 비단 옷

장경각 모로 누운 보살은 벗은 것보다

요염한 붉은 잠옷

포대화상은 옷 벗어 헐벗은 사람 주고

불룩 나온 배를 드러내고 허허 웃는다.

 

 

*일광보살 월광보살: 약사전 약사여래 협시보살.

*포대布袋는 원래 정응대사定應大師라고 하는 후량後梁의 고승을 가리킨다.

이 고승은 늘 작대기에 포대, 즉 자루를 메고 다니면서 무엇이든 동냥한 것을 그 속에 담곤 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이 포대화상은 배가 나오고 대머리이며 때로는 호탕하게 웃고, 때로는 거칠면서도 선종에 명석하였던 인물로 미륵보살의 현신現身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10세기 초에 죽었는데 그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벌써 그의 초상을 그리는 것이 양쯔강(揚子江)지역과 저장(浙江)지방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시각의 〈포대화상도〉가 현존 유품 가운데 가장 시대가 올라가는 예가 된다.

보통은 둥글고 부드러운 얼굴에 뚱뚱하게 튀어나온 태고太鼓 를 두드리며 너털웃음을 짓고 천하태평의 호인상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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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사 대웅보전

 

 

자금성보다 낮게 하라

자금성 태화전 35.0m

영은사 대웅전 33.6m, 밖에서는 3층, 안에서는 단층

대웅전 좌불 24.8m

 

석가모니 좌상 중

목상으로는 세계 최대라는

석가모니 부처 옆과 뒤에도 부처를 모셔서

부처님 산을 만들고

부처님 산을 지붕으로 덮은 것이 영은사 대웅전

부처님 산을 에워싸는 네 벽에도 부처

큰 부처 사이에는 틈새 부처

아득한 천장까지

모두 몇 분인지 셀 수 없다

 

앞에는 천왕전 뒤에는 약사전을 두고

둘레에 수많은 전각

그래도

지난날 3,000 스님이 계실 때보다는 적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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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각 스님 상

 

대웅전 석가모니 여래상 뒤에도 모시고

500나한당에도 모신

신라 태자 김교각 지장보살상

신라 33대 성덕왕의 장남

신라 34대 효성왕과 35대 경덕왕의 동복형

719년 24세에 중국 안휘성 구화산에 입산

죽어서 3년간 썩지 않으면 등신불로 만들어 달라고

 

99세에 열반하자 천둥 치고 산이 울며 무너지고

시신은 썩지 않아

구화산에 등신불로 만들어 지장보살로 모시고

음력 7월 30일 김교각 스님 탄생일에 제사를 지낸다

영은사 500나한당에

김교각 스님동상이 가장 크다니

김교각 스님의 법력은 어떠했으며

1300년 전에 중국 구화산 일대뿐 아니라

남중국 일대에 신라현, 신라방이 널렸고

중국 땅에 신라 선덕여왕릉까지 만들었다

 

중국 100만 대군도 갚지 못한 그들의 원수를

윤봉길이 갚아 준 자리였건만

말년에 상해에 와서 산책이나 하던 노신에게

윤봉길이 목숨과 바꾼 폭탄 투척 자리를 내놓으라 함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약소국이기 때문

 

천 년 전 신라 국력은 어떠했을까

치우천황 이후까지 중국 동부를 지배했던

동이족이 중화민족과 혼화되기 전이라 가능했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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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

 

기도하는 사원을 왜 금으로 덮어야 하는가

신이 매섭게 다스리는 선악은 무엇인가

남의 눈물이 필요한 기도도 이루어 주는가

 

병든 엄마는 젖 굶은 아이 안고 쓰러졌는데

마님의 불전佛錢은 무엇을 더 바라는가

   

사방 백 리에 굶어 죽는 자 없게 하라는

경주 최 부자 재림을 재촉하는 불전인가

나라도 포기한 제주도민을 구제한

김만덕 할머니를 기리는 기도인가

 

돌이 닳도록 부처님을 쓰다듬고

쌀 한 사발인 향을 두 손 가득 사르고

빵 한 조각인 동전을 항아리에 던져 넣고

영은사 벽 반야심경에 소원하는 넉 자를 골라

뛰고 구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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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공 공장

 

   

천연진주, 민물진주, 바다진주

광활한 진열장에 사열식査閱式을 한다

 

천연진주는 무르고 부드러워

이빨로 물어도 흠이 생긴다

 

800만 원짜리 목걸이

10,000원짜리 팔찌

 

집에 가져가도 서랍에 넣어둘 물건

5,000원짜리 팔찌가 나에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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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중국은, 우리는

 

 

 

*중국은 진리를 찾는 중

*대륙 기질

*동도서기東道西器

*백묘흑묘白猫黑猫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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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진리를 찾는 중

 

 

자본주의 부실을 보고

공산주의 부실을 보고

사회주의 부실을 본다

 

사람의 감정이 개입되는 일은

표본을 따라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표본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통제가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깎아내릴까

경제평등은 어느 정도 이루어질까

 

아직도 방법을 찾는 중

미국에 수정자본주의 실험을 맡기고

중국은 수정공산주의 실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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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기질

 

 

개인 정원도 사원도 웅장 화려하여

풍부한 물자에 대륙기질이라고 하는데

 

누구를 위해 지은 것인가

어느 곳 눈물을 뽑아 만든 것인가

 

재물과 권세가

불심도 누르고 빈민봉기도 부른 것 아닌가

 

하늘을 찌르고 산을 가른다고 자연을 능가할 수 있을까

지진 하나, 해일 하나로 겸손하라 다그친다

 

사람을 울린 역사는 치욕의 기록이다

사람을 울린 흔적은 경계하라고 남긴 경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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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서기東道西器

 

중국 정부는 공항 근무자에게도 젊은 스님에게도

영어를 강요하지 않았다

길 안내를 노점상 상인이 짧은 영어로 감당한다

 

백묘흑묘 가리지 않는 뜻으로

무너진 탑은 개량하여 만들고

절간도 관광자원으로 꾸미지만

정신만은 그들 것을 굳게 지킨다

 

잔인하고 추잡스런 음식문화를 가진

서양인이 개고기 타박한다고

보신탕을 뒷골목으로 내몬 정부가

우리의 개고기 의미나 아는지,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빈소에서 울어서

서양 사람 부끄럽다는 사람은

울음으로 상주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임을 아는지,

몰랐다면 무식해도 천박하게 무식한 놈이고

알았다면 조상을 부정하는 후레자식이다

 

한국어도 못하면서 영어를 한다고

아무리 흉내를 내고 법석을 떨어보지만

골수의 유전자를 서양인으로 바꾸지 못하니

이들이 하늘을 원망하는 일

이들은 2000년 전에

중국에서 중화민족으로 태어났으면

동이족이 아니라서 숨어 살았을 사람이다

 

중국에 철기문화를 심고 뱃길을 열어

온 누리 평온을 꿈꾸던 동이족이 우리 아닌가

우리가 먹는 것 느끼는 것

우리 문화가 우리의 관광 자원이고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자연의 뜻이 아닌가.

 

*한단고기桓檀古記 다시 보기: 한단고기가 실증되지 않는 허구라고 말하는 사학자가 많지만 지금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발굴하는 고구려 옛 땅 요하지역 발굴에서 한단고기가 말하는 사실들이 입증되고 있다. 한반도와 요하에서 항주에 이르기까지 중국 동부에 나타나는 유물들은 중원문화보다 훨씬 오래된 동이족 문화라고 밝혀지고 있다. 중국 중원의 출토품은 이집트 출토품보다 연대가 뒤지지만 요하출토품은 이들보다 수천 년이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단고기가 기록한 고조선의 시작이 만 년인데, 지금은 중국도 동이족인 치우천황이 중국 황제의 시조라는 말을 흘리기 시작한다. 중국이 고조선의 옛터 출토품을 내세워 홍산문화, 요하문명설로 중국이 이집트보다 앞선 문명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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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묘흑묘白猫黑猫

 

 

중국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힘에 기대기로 마음 정했다

 

관광객 유치에 맞춘 사찰

크기와 화려함으로 사람을 끌려는 시설

돈이 된다면 태산을 태평양으로 옮길 사람들이다

다시, 중국이 세계의 중심임을 보이려 한다

 

용이라는 이무기

역사가 발전한다지만

뱀 같은 입을 벌린다

 

독도는 일본 땅, 이어도는 중국 땅

저 막대한 자원과 힘을 맞아

우리의 의식주를 지킬 수 있을까

 

근검절약, 연구개선만으로 충분할까

사랑만으로 충분할까

국민 간 양보와 화합이 생존의 시작이면

생존 담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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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만 년 버텨온 끈기 있어

6.25가 준 깡통 들고 시작해도

초가 한 간 꾸렸는데

칠백 년 사대주의가 발목을 잡는다

 

시침질 없이 받은 옷에 솔기가 터지고

적응훈련 없이 마신 우유에 설사하는 나날

잠자던 사자는 다시 으르렁거리고

누구에게나 나누어 주던 열대 밀림도 빗장을 건다

 

식구는 늘어나고 날씨는 차가워

아이사타阿耳斯它에서 흩어져 내려온 겨레

다시 길을 나서려니 길이 없다

 

갈 길이 땅뿐이겠는가

헌원황제 이전에 황하 문명을 일으켰던 환인천황의 천손들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끌려가서도 살아남았다

절체절명絶體絶命 순간에도 제세이화,

홍익인간을 버리지 않고

만 년 전 시베리아 벌판을 일구던 지혜를 찾아라.

 

 

*시침질[명사] 바느질을 할 때 천을 맞대어 듬성듬성하게 대강 호는 일.

*칠백 년 사대주의: 조선 이후 중국에 굽실거리고 중국 이외의 나라에는 거만했던 사대주의 습성, 신라는 중국을 섬기지 않았고 고려는 힘에 눌렸을망정 요동을 찾아야 할 땅으로 인식했다.

*아이사타阿耳斯它: '三聖記 全 하편'에서 말하는 인류의 조상 나반那般과 아만阿曼이 만난 곳, 天海(바이칼호수) 부근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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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안쪽 저자 소개

 

시인 프로필

 

경북 경주시 출생

자유문예 시부문 등단.

문학저널 초대작가.

자유문예 작가협회 부산경남지회장

(사)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 회원.

늘푸른문학회 회원,

소로문학골 소로 동인.

(사)한국육필문인협회 회원,

청옥문학예술인협회 회원

황령문학회 동인

시를 짓고 듣는 사람들의 모임 정회원

 

개인 시집: 내 발에 맞는 신이 없다

공동 시집: 그곳에 내가 있었네(5인 시집)

     새벽 강을 바라보며 (101인 시선) 외

동인지: 늘푸른문학(늘푸른문학회)

     햇살 드리워진 창가에 서서(소로문학골)

     부산문학(한국문인회 부산지회)

     성주문화(한국육필문인회) 외

 

http://kr.blog.yahoo.com/leeseoklak

http://leeseoklak.kll.co.kr

e-mail: leeseoklak@hanmail.net

 

주소(2011년까지 사용):

부산시 동래구 온천2동 827-2번지 13통 4반

도로명 주소(2012년 시행):

부산시 동래구 삼월천길 63-1(온천동)

mobile phone: 011-1757-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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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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