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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 창작 강의/1

Uncle Lee 2006. 5. 14. 10:49
[1강] 프롤로그: 강의/벽파 김철진


☞이 강의안은 시를 공부하려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썼던 강의안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하여, 행여라도 기성 시인분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1. 개 요

詩는 이론으로 짓는 것이 아닙니다.
詩를 잘 짓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지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길을 갈 때 무작정 가기보다는 지도를 들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듯,
詩도 마찬가지로 이론적인 지식을 기본 바탕으로 갖추고 나서 짓기 시작하는 것이
그래도 詩를 짓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 詩 짓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이론을 중심으로 강의할 생각입니다.
물론 중에는 국문학을 전공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시 창작 교실>에서는
대학 교수님들의 강의 같은 그런 어려운 강의가 아니라, 옛날 중 고등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경험과 출판사에서 문학, 작문 등의 교과서와 학습 참고서를 만들던 경험을 살려 최대한으로
쉽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그것도 재미있는 강의를 해 나갈 생각입니다.



제1강 프롤로그(Prologue) : 詩 창작 강의에 앞서

'시 창작 교실'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착하던 고교 시절 詩人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 이 땅에 어디 있겠습니까?
나도 그 때부터 문학 동인을 조직하고 문학의 밤을 개최하면서 돌아다녔지요. 그러다가 계속 그 길을 걷게 되어 결국은 문학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감수성 많던 고교 시절의 사춘기를 지나 보내고 바로 사회에 발을 내딛거나 대학에 진학하여 학업을 계속하거나 하여 어떤 친구들은 소설가, 화가, 음악가 같은 예술가가 되었고, 어떤 친구들은 법조인, 사업가, 의사, 샐러리맨 등이 되었고......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지요. 여러분들도 아마 그러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이 강의를 들으시려는 분들은 그 모든 삶의 길 가운데서 그래도 문학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일 것입니다.
나는 詩를 잘 모릅니다. 잘 지을 줄은 더욱 모르지요. '그러면서 무슨 강의를 하려고 하느냐?' 하실 분도 계실 줄 압니다. 가르치면서 배우기 위해 강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책들을 찾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니까요.

1.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詩를 쓰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을 만나면,
"왜 시를 쓰려고 하십니까?"
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제일 먼저 던집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왜 시를 쓰려고 하십니까?" 詩人이 되시려고요? 그냥 시가 좋아서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어떤 대답이든 좋습니다. 정답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히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말씀입니다. "詩人이 되기 위해서 시를 쓰지는 마십시오."라는 것입니다. 시인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시인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그냥 시가 좋아서 열심히 시를 짓고 공부하며 노력하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은 되어지는 것입니다. 생활인보다 더 나은, 더 아름다운 존재는 없습니다.
먼저 생활인이 되십시오. 그리고 사람의 삶을 사십시오. 그것이 시인되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왜냐고요?
사람의 삶을 사는 생활인이어야만 진실한 시를 지을 수 있고, 진실한 시만이 오랫동안 독자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생명이 있는 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교만으로 쓰는 시는 어느 순간에는 독자를 속일 수 있어도 그것은 언어의 유희에 지나지 않으며 생명력이 없습니다.

많이 배워야 시를 지을 수 있고 시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진득한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시, 사람의 냄새가 나는 시, 그런 시를 쓰려면 먼저 사람이, 생활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입니다.

2. 이제까지 배워 알고 있는 지식은 버리십시오.

해방 이후의 우리 나라 학교 교육은 모두 서구식 교육이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나 나나 모두 그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모든 면에서 합리적, 타산적, 이성적이게 되어 조직적이고, 통일성을 추구하고, 논리적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이제는 시를 공부하기 전에 버려야 하겠습니다. 바로 이제까지 배운 것들을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여러분들 가정에 유리로 된 맥주 컵 있지요?
내가 여러분들에게 그 컵을 들고 "이게 뭡니까?"라고 묻는다면 여러분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맥주 컵", 아니면 "맥주 잔"이라고 대답하시겠지요. 다른 대답을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대단하신 분입니다. 아마 100이면 100 사람 거의 다 같은 대답을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렇게 획일적인 교육을 받았고 그 고정 관념은 우리의 머리 속에 아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그 고정 관념을 버리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봅시다. 그 유리컵은 유리라는 물질로 만들어진 용기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유리컵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는 것입니다.
물을 부었다면 물 컵이 되고 막걸리를 부었다면 막걸리 잔이 되고 또 사이다나 콜라를 부었다면 음료수 잔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컵을 보면 맥주 컵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것이 교육에서 생활에서 비롯된 고정 관념 때문입니다.
그 고정 관념을 깨는 것이 교육받은 지식의 해체 작업입니다. 그리고 다시 나만의 눈으로 새롭게 대상을 보도록 하십시오.

3. 장미꽃은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요?

우리는 누구나 장미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장미꽃은 정말 사랑이나 정열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꽃일까요? 누가 보아도 사실 장미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이 꽃장수라서 장미꽃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것도 이 어려운 시대에 남편은 일자리를 잃어 집에서 놀고 여러분이 장미꽃을 팔아서 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마침 학교 졸업식 날이라 얼마 안 남은 돈을 다 털어서 장미꽃을 사 들고 학교 앞에 팔러 갔습니다. 장미꽃을 팔아야 쌀이라도 한 됫박 사들고 들어갈 텐데 학교 앞에 가서 종일 팔았으나 워낙 장사꾼들이 많아서 여러분은 얼마 팔지도 못하고 따가운 햇볕에 장미꽃은 다 시들어 버렸다면 그래서 피로에 지친 몸으로 그 시들어 버린 장미꽃을 바라본다면 그 때도 과연 그 장미꽃이 아름답게 보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사물은 보는 이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모두 다르게 비쳐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를 짓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가령 "장미꽃이 아름답다."라고 시인이 노래했다면 어떨까요? 그러한 노래는 부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그 정도라면 시인이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노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노래해야 할까요?
나만의 눈으로 본, 나의 개성을 표현한, 나만의 장미를 노래해야겠지요.

4. '어린 왕자'에서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이란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게."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들에게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꼭 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제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 말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기울여 들어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그가 말했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 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다.

<과제물> '어린 왕자'에서 시 짓기와 관계되는 내용을 찾아서 간추려보세요



촌장 벽파 김철진(碧波 金哲鎭) <약력>

◆ 자(字):송천(松泉)
◆ 아호(雅號):벽파(碧波).무등(無等).청량산인(淸凉山人)
◆ 경북 봉화 바래미[海底里] 출생
◆ 봉화국민학교, 대구중학교, 경대사대부고, 동국대학교 문리대 졸업
◆ 1968년 국세청 개청 3주년 기념 현상공모 시나리오, 라디오드라마 각 최우수작 당선
◆ 1975년 중앙일보,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 1976년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 수상
◆ 1981년 6월 ~ 1998년 5월 (주)동아출판사,(주)두산동아 국어부장, 편집기획부장, 단행본 팀장 역임
◆ 희곡 '앤경', '어항 밖의 금붕어', '해돋이', '자정의 외출', '사랑놀이', '연기 시간' 등
◆ 위인 전기 '안중근', '처칠' 집필
◆ 시집 '아랑아 옷 벗어라'(1991),'시인의 돌'(공저),'어메'(1998) 상재
◆ 현) 국제PEN클럽, 한국문인협회, 한국극작가협회 회원, 월간 <문학세계> 편집위원
◆ 현) 도서출판 '예술촌' 대표, 맛과 멋과 분위기의 토속 문화 공간 '예술촌'(일반음식점) 운영

출처 : 너에게로 가는카페
글쓴이 : 인간문화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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