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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명작소설의 조건

Uncle Lee 2006. 12. 31. 20:21
명작소설의 조건


명작소설은 감동적이다. 감동적인 작품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살펴 본다는 것이 곧바로 명작소설의 조건을 알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설 작품을 읽고 흔히 '감동적'이다. '풍자적'이다. '현실비판적'이다. 또는 '고발적'이다 라고 말해 왔다.

특히,'감동적'이다라고 할 때에는 가치의 평언임에는 틀림없다. 감동이란 글자 그대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만큼 인간의 정신 활동 중 정적활동에 속한다 하겠다. 비판적이거나 풍자적인 작품이 지적 호소력에 의존하고, 에로티시즘의 세계가 말초 신경의 자극에 있다면 감동적인 작품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면 이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기본 요건은 무엇이며 또 어떤 플롯에서 감동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첫째, 감동적인 작품은 휴머니즘이나 휴매니티어리어니즘(인도주의)에 뿌리를 둔 작품임에도 틀림없다. 내용적으로는 자기 희생이나 봉사 정신 그리고 사랑의 정신이 그 기저인 위대한 소설들은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한편 리비즈는 소설의 개념을 일면으로 '도덕적 우화'로 보기도 했을 뿐 아니라 위대한 소설가는 하나같이 인생에 대한 강력한 도덕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된 이 세가지 요소가 감동적인 소설의 바탕이 된다고 한다면 소설의 구조면에서는 과연 어떤 플롯이 소설의 감동적인 소설의 기본골격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점의 설명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노먼 프리드만이라는 소설 비평가가 체계화시킨 플롯의 유형론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소설의 플롯을 크게 3분하여 운명의 플롯, 성격의 플롯, 사고(思考)의 플롯이라 이름하면서 14가지의 플롯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감동적인 작품을 대해 왔던 독서 체험을 참고하여 감동의 개연성이 높을 수 있는 작품들의 플롯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1) 연민의 플롯···여기에는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 불운과 고통을 겪고 있는 공감적인 주인공이 나온다. 대개의 경우 주인공은 어딘가 의지가 약하고 그가 품고 있는 생각도 순진하거나 결함이 있다. 결국에는 그의 수난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은 연민의 정으로 나타난다. 하디의 「테스」가 이에 속한다.

(2) 비극적 플롯···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비극의 구성 방법을 그대로 이용한 플롯이다. 주인공은 어느 정도 자기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세련되어 있고 능력과 의지력도 있다. 그러나 판단의 잘못으로 중대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과오를 뒤늦게 발견하면서 파멸해가는 플롯이다.

(3) 찬탄의 플롯···주로 명성과 명예의 차원에서 주인공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끝부분에 가면 주인공은 독자들로부터 존경과 찬탄을 받을 수 있다.

(4) 성숙의 플롯···이른바 교양 소설 혹은 성장소설의 기본 플롯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주인공이 경험 부족이나 순진성에서 빗나간 갈등을 경험하다 가 자기의 인생목표를 발견하는 과정의 플롯이다.

(5)개선의 플롯···주인공이 무지하거나 순진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알면서도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옆길을 가다가 결국에는 올바 른 길로 들어서는 플롯이다. 예를 들면 호돈의 「주홍글씨」가 이에 속한다.

(6)시련의 플롯···이 유형의 특성은 공감적이고 힘이 있고 과단성이 있는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높은 목적과 수단을 양보하고 포기하도록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올바른 길을 선택할 때 독자들은 그에게 처음의 신임이 정당화 되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 좋은 예로서 헤밍웨이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노인과 바다」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6가지의 플롯 중 그 어느 하나를 이용한다고 바로 감동적인 작품은 될 수 없
다.

문제는 이런 플롯을 이용하되 데뉴망(대단원)의 처리 능력에도 그 변수가 달려 있다. 과연 어느 만큼 감동적인 결말처리가 되었느냐는 점이다. 어느 의미에서는 가장 위대한 소설은 가장 감동적인 데뉴망을 창조하기 위한 일체의 준비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감동적인 작품들의 데뉴망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삶의 지혜를, 삶의 용기나 희망을 갖게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주어진 운명이나 현실과의 어쩔 수 없는 화해나 수용도 꽤 끈질긴 삶의 지혜를 실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데뉴망이다. 이것을 우리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서 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좌절하지 않고 굴하지 않는 운명과의 투쟁 정신이 대단원의 끝부분에서 독백으로 나타나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데뉴망처리도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감동적인 작품의 기본 조건들에 관해 말해 왔다. 감동적인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3가지 요건이 무엇이며 또 구조적으로는 어떠한 플롯에 의존하야 하며 나아가 결말 처리가어떠해야 하는가를 살펴본 셈이다.

Ⅲ. 맺음말

시건 소설이건 장르를 초월하여 명작의 조건을 살펴보면 어떤 불문율이 있다.

첫째, 감동적이어야만 한다.

둘째, 해당 장르에 알맞는 적절한 길이어야 한다. 낭송시간으로 보아 명시의 길이는 '1분예술'또는 '1분 이내의 예술'이어야 하고 단편소설이라면 '1시간 예술' 장편이라면 '하룻밤의 예술'이어야 한다. 너무 길어 지루하 고 또 시의 내용이나 소설의 스토리가 복잡하면 할수록 명작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명품이나 명화(그림)의 미학적 크기가 명시나 명작 소설의 길이와 상호관련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짧은 만큼 압축적이고 정교해야 하며 예술미를 획득해야 한다.

넷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잠재된 인간의 본성 내지 본능을 대리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다섯째, 명작은 문학사나 문학운동사와는 별개일 수 있다. 바꾸어 말해 문학사적 의미를 지녔다고 모두 명작이 아니다. 명작은 명작으로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며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성을 누린다.

그러나 명작의 미학이론이 불변일 수 없는 이상 기존의 명작의 조건에서 새로움도 추구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하리라 본다. 지난 시절의 미인상과 오늘의 미인상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볼 때 명작의 조건도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하겠다.

끝으로 다시 한 번 말하건데 오늘의 이 발표가 여러분들의 창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출처 : 너에게로 가는카페
글쓴이 : 인간문화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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