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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런 표현은 곤란해요

Uncle Lee 2006. 11. 23. 21:49
<시작강의>이런 표현은 곤란해요


좋지 못한 버릇에 길들면 고치기가 힘들어 진다. 그처럼 시 쓰기도 처음부터 옳고 바르게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더러 제법 오래 시를 썼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볼 수 있는 시에 대한 그릇된 인식, 그릇된 몇 가지를 알아보고 제대로 쓰는 법을 찾아가자.

1. 관습적 인식과 표현

- 대상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 또는 상투적 인식에 의해 시를 쓴다. 따라서 새로울 것이라곤 없는, 구태의연한 인식과 표현이 나타나게 된다.(자동화된 인식, 비창조적 표현)

코스모스: 외롭다, 소녀, 그리움, 파란 가을하늘, 추억
바다 : 수평선, 갈매기, 파도, 기다림, 충만, 일출과 일몰, 등대

2. 피상적(표피적)인식과 표현

-대상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고 표피만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거나 인식하면서 장식적으로 이를 표현하는 것, 관습적 인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피를 흘리며 땀을 흘리며/퍼렇게 멍든 강은/꽃망울 송이송이 터뜨릴 내일을 향해/힘차게 흘렀다/숨이 차오는 고통을/뒤로 뒤로 밀어 놓고/높은 산을 타고 넘는 바람처럼/끓어오르는 뜨거운 마음을/안으로 숨기며/강은 쉼 없이 흘렀다.

-이처럼 대상(강)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없이, 막연하고 모호한 인식으로 쓴 작품은 그 진정성(진실성)을 의심받기 쉽다. 겉으로의 수식은 화려하고 그럴 듯하지만 독자의 가슴에 와 닿는 그 무엇이 없다는 말이다.

3.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사적인 표현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인식을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표현함으로서 독자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대상과 시인 간의 특별한 관계에 대하여 족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므로 그 표현의 세계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 때 시인은 대상과의 관계를 객관화시켜서 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밤은 날개처럼 슬프다//밤이 젖어오면/낯 설은 거리에서/울먹이는 바람을 자고/나는 잃어버린 나라의/날개를 단다//날개의 깃털이 자라나/그 때 그 거리에서/밤보다 야릇한 의미로 젖어들면/가슴을 때리는 울림이 있다.

- 이 작품에서, 내가 잃어버린 나라의 날개는 무엇인가? 이런 표현은 시인만이 알고 있는(잘 모를 수도 있지만)주관적이고 사적인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밤보다 야릇한 의미>도 독자들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주관적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철학적, 관념적 인식과 표현

- 시는 삶과 죽음, 자유, 고독 등의 철학적 주제를 다룰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런데 더러(초보자의 경우에 특히) 철학적 관념을 시적 표현으로 용해하지 않고 산문적으로 진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럴 때 철학적 주제는 어설픈 관념으로 떨어져서 시도, 철학도 아닌 어정쩡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a. 삶이란 게/ 쉽다가도 어렵습디다요/울다가도 웃는 게 사람이라지만/싸우다가도 보듬는 게 인간이라지만/참말로 힘이 듭디다요
b. 먹고 사는 일이 다 뭔가/자주, 내가 나에게 던지는 낡고 지친 질문/굶주림이란 말이 없었대도/가난의 주인은 있는 법/배고픔은 배고플수록/죽음과 가까워지는 것

5. 앞 뒤 문맥에서 논리성이 결여된 표현

-작품 안에서 앞 뒤 시제가 서로 맞지 않고 화자가 불일치하는 경우, 그 내용 표현에 일관성이 없거나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 등, <불일치의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작품을 쓴 다음에는 반드시 작품에 논리적 결함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6. 심리적 거리 조정에 실패한 표현

-심리적 거리란 시인과 대상과의 감정적 거리를 말한다. 대상과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된다. 따라서 시를 쓸 때 시인은 대상과의 거리 조정을 알맞게 잘 조정해야 한다.

-부족한 거리 조정(underdistancing)
:대상과 시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시인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감정의 과잉상태를 보여준다.

저녁의 피 묻은 동굴 속으로/아, 말없이 그 동굴 속으로/끝도 모르고/끝도 모르고 나는 꺼꾸러지련다/나는 파묻히련다//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낮도 모르고/밤도 모르고/나는 술 취한 몸을 세우련다/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 이상화, <말세의 희탄>

-지나친 거리 조정(overdistancing)
:대상과 시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감정의 과도한 억제와 결핍상태를 드러낸다.

오존주의보 발령 외출 삼가 바람/하늘의 얼굴에 우울이 낌/표정 없는 사람들 서울은 위험함/꿈틀거리는 활자 속에 갇힌 도시의 육체에서 기름 냄새가 남/혈관 속에서 유영하는 오염된 활자 치장만 아끼지 않는 사람들/그들에 의해 그들을 위해/주말여행 코스로 만들어진 주남저수지...

7. 시적 밀도(함량)가 부족한 표현

-엄밀히 따져서 이것은 그릇된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시쓰기에 있어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작품을 썼는데도 알맹이(시의 내용)가 없거나 빈약해서 독자들에게 시적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작품을 길게 썼는가, 짧게 썼는가? 하는 작품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시적 밀도의 문제이다. 그리고 스케일의 문제이다.

-작품의 시적 밀도와 함량은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 깊이 있는 사유, 참신한 표현기법과 풍요로운 언어 구사 등에 의해 결정된다.
출처 : 너에게로 가는카페
글쓴이 : 인간문화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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